예상하지 못한 음악으로부터의 위로. 그리고 슈만의 '헌정'
*제가 들었던 손열음 씨의 연주 영상입니다. 함께 들어주시며 공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재생 전 광고주의!!)
갑자기 그럴 때가 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드는 위로 같은 일들 말이다. 그런 일의 오고나듬은 나도, 상대도, 그 요인도 준비하지 못한 일이어서 더욱더 큰 감동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닐까.
오늘은 약속이 있어 지하철을 타서 평소처럼 평범하게 그냥 sns 페이지를 보고 있다가 내가 구독하는 페이지에서 피아니스트 손열음 씨의 <리스트-슈만 '헌정'> 연주 영상이 올라온 것을 확인했다. 순간 팬심이 발동하여 일단 가볍게 한 번 듣고 지나치려 했었는데 그럴 수가 없는 상황에 빠졌다. '순간에 매료되었다'는 말이 이럴 때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슈만의 '헌정 Widmung'은 원래 슈만과 클라라가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절절한 사랑의 결실인 결혼식을 하루 앞둔 날, 슈만이 클라라에게 헌정한 가곡집 <미르테의 꽃>에 수록된 곡입니다. 미르테는 신부의 화관을 장식하는 향기가 짙은 꽃입니다. 처녀의 순결을 상징하는 꽃입니다. 슈만이 클라라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름답게 여겼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르테의 꽃>이 가곡집은 괴테, 뤼케르트, 바이런, 번즈, 하이네, 모젠, 무어 같은 위대한 시인들의 걸작 26편을 골라 슈만이 곡을 붙여 엮은 가곡집이었습니다. 모든 곡이 다 주옥같지만 뤼케르트의 시에 곡을 붙인 첫 번째 곡 '헌정', 모젠의 시에 곡을 붙인 세 번째 곡 '호두나무', 하이네의 시에 곡을 붙인 아홉 번째 곡 '연꽃'이 특별히 더 많은 사랑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열렬한 사랑의 마음을 담아 바친 노래인 '헌정'이 많은 이들로부터 널리 널리 불러집니다. '헌정'의 시는 이러합니다.
그대는 나의 영혼, 나의 심장이요.
그대는 나의 기쁨, 나의 고통이며
그대는 내가 살아가는 나의 세계이자
그대는 내가 날아오르는 하늘.
그대는 나의 근심을 영원히 묻어버린 무덤,
그대는 나의 안식, 마음의 평화,
그대는 하늘이 내게 주신 사람
그대의 사랑이야말로 나를 가치 있게 만들고
그대의 시선으로 말미암아 내 마음이 맑고 밝아진다네.
그대의 사랑이 나를 드높이니
그대는 나의 선한 영혼이요,
나보다 더 나은 나 자신이여.
1840년, 슈만과 클라라는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쏟은 소송과 온갖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는 해가 됩니다. 그리고 그해 슈만은 그 한 해 동안 무려 138곡의 방대한 양의 가곡을 작곡하는 해가 됩니다. 사람들은 그 해를 슈만의 '가곡의 해'라고 부르지만, 슈만과 클라라 두 사람에게는 '사랑의 해'였던 것이 틀림없을 겁니다. 한결같이 사랑을 하며 각자의 삶 속에서 연주가로서, 평론가로서 잘 살아갑니다.
이 두 사람의 유명한 일화 중에 이런 일이 생각이 난다. 슈만은 후에 정신병이 극도로 심해져서 스스로 강에 투신하기에 이른다. 그때 아무것도 삼키지 못하는 슈만을 걱정하는 클라라에게 슈만은 '나도 알아'라고 말하며 클라라를 껴안았다고 한다. 슈만은 정신도 제대로 못 챙기는 와중에 무얼 알아서 '나도 알아'라고 말했을까. 그것은 아마 '사랑'이라는 이유와 연관이 되어 있을 것이다. 온전한 상태이지 않아도 끊임없이 자신을, 그리고 서로를 아끼는 그 본심은 이 둘에게 가장 큰 의미였을 테니 말이다.
이러한 생각을 지나치며 이 곡을 들으면 더 이상 이 곡은 나에게 평범한 피아노 곡이 아니게 된다. 그 자체의 이야기와 선율에 나 자신도 함께 녹아지며, 살아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장 가치 있는 것들을 두고 나를 아무것도 아닌 일들에 시달리게 하진 않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아름다운 주선율을 듣다 보면 계속 그 선율을 잡아주는 끊임없는 음들의 풍성한 하모니를 들으며 마음이 움직여 들고 한없이 끌려간다. 이 곡만의 말로 표현 못하는 풍성한 감정의 부품 또 그리고 절실한, 열렬한 사랑의 마음이 떠오른다. 이 곡은 당분간은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떨림으로 적셔주는 그런 곡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