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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안 Jun 23. 2016

그 오만함을 동정한다.

나는 당신을  동정한다.

그 오만함을 동정한다.


 젊은 사람 치고 첫 만남부터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시를 큰 스크린에 띄워 수줍은 목소리로 낭송한 후 당신은 그 시의 주제를 정리하며 이렇게 말했다.


'늘 처음과 같은 자세로 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당시 나는 당신의 그러한 모습들을 보며 어쩌면 감탄했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업적이나 현재의 위치 따위와 같은 것들이 당신이 말하는 '처음과 같은'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곧 젊음에서 나오는 도전이라는 이름의 한 모습인 것 같았으며, 그 열정 가득한 모습과 준비성에 나의 눈이 현혹된 상태로 어쩌면 당신을 만난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간에 당신은 이 시대에서 성공한 인물로 평가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나도 당신은 정말 자신의 그 목표를 잘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당신과의 사이에서 남는 것이 이상하게도 단 한 가지도 존재하지 않으니까. 정말 '처음과 같은' 것처럼 말이다.

참 수상하고 이상한 일이다. 그렇게 많이 배움의 시간을 가졌고, 이야기를 나누었음에도 불구하고 늘 느꼈지만 당신은 어수선한 본인의 부산한 의욕 때문에 상대의 의지를 추락시키고 마는 재주가 있었다. 늘 나를 처음으로 '강제이동'시켜주셨다.


 당신의 말처럼 당신은 열정 가득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열정의 모습에 대한 자세 또한 늘 훌륭하며 착실하다. 그런데 그에 비해 열정만 있고 그 열정에 대한 결과물의 대부분이 오류의 덩어리인 데다가 쓸데없이 난해하며, 쓸모도 수월하지 않았고 결국 당신과의 배움에서 나는 이 시간을 통해 무엇을 '남겼는가.'에 대한 고찰까지 필요한 정도의 상태까지 오게 되었다. 나만 그리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당신에게 지나쳤던 이들 중에서도 내가 당신을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안타까운 눈빛을 보낸 일도 있었고 동시에 격려와 반드시 '자기주도의 시간'을 가져야 함을 거듭 강조하여 주었다.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지만 곧 수상해졌고, 그리고 당신과의 세 번째 시즌 종료를 한 후에야 이제서야 나는 '아아'하며 '뭔가 지나간 듯한 느낌'을 받는 듯하다.


분명 '뭔가'가 지나간 것 같은데, 정확히 뭐였지?


뭔가 지나간 듯했는데......?


 당신은 '지나간 방식'에 대해 넌더리를 내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방식'을 세워주었다. 당신으로부터 세워지는 재정립이라는 과정을 은근히 즐기는 듯하였다. 근데 아무도 당신의 '새로운 방식'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걸 당신은 알 필요가 있다. 어쨌든 난 그래서 원래의 내 방식으로 했다. 모두가 그렇게 알아서 '지나간 방식'을 습득해와서 문제 해결을 하였다. 그러는 동안에 우리가 아픔과 어려움을 호소하였고, 그에 따른 피드백이 당신의 무관심함과 책임회피의 모습 이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지시를 무시한다며 되려 고압적으로 나와주셨다. 나는 그 순간부터 당신을 동정의 시선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저 경주마와 같은 당신은 앞만 보고 달리는 숨 가쁜 사람이다. 당신만의 도착점이 있는 것 같으니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미안하다. 난 그렇게밖에 당신을 느끼지 못했다.

너가 열심히 안한거겠지! 더 이상의 배려는 없다!



 또 자신의 상황을 은연중에 내비쳐 인정받고 싶어 하는 모습이 굉장히 강했다. 자신이 '꽤 하는'사람인지 수도 없이 들었으니 말이다.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집안의 사람인지, 얼마나 좋은 학교를 나왔는지, 얼마나 노력했는지 별로 알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찌 되었든 나는 당신이 손을 뻗은 분야를 꿰게 되었다. 난 그냥 당신의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사실 재미도 감동도 없었다. 당신과의 소통에서 나는 왜 이러한 것들이 우리 사이의 결과물로 남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당신에게 그러한 정보를 얻으려고 내가, 우리가 쌔빠지게 모은 결실로 그 자리에 나간 것이 절대 아니다.


 그러면서도 당신은'좋은 이미지'로 남는 것을 원했고 소망했는지, 하필이면 종교를 이용하기도 했다. 나는 그러한 모습에 치가 떨렸다. 그 '오만방자함'에서 나오는 '자기만족 교리'는 스스로 자신을 위로할 때나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감히 그런 방자함으로 하는 말들을 전도라고 생각하지 말아주시길.

...



내가 당신의 말을 종합하여 보았을 때, 당신은 현재 지금 인생의 황금기, 누구보다 가장 빠르게 달리고 있는 순간의 사람으로 비쳤다. 그러한 자랑은 사실 대기업 총수의 자서전에서나 볼 수 있는 내용으로 이미 족하다.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알아서 잘 살 수 있다. 그리고 우리에겐 이미 사랑과 진심으로 양육하여 주시는 좋은 부모님이 계시다. 두사부일체(군사부일체가 원래 맞는 의미지만 영화에서 나온 의미가 맥락에 더 가까워 스스로 붙여보았습니다.)를 운운하며 당신이 낄 수 있는 공간은 전혀 없음을 알아주시길. 이미 우리의 계약기간은 끝이 났다. 해방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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