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만 되면 소녀같이 방방 날아다니는 기분 때문에.
야행성. 아마 원래 나를 지칭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착각을 가끔씩 하게 된다. 모두가 잠들어 조용한 그 시간에 가끔 무언가로 날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괜히 가슴이 두근거림으로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건 고등학생 때부터 였다.
감성을 느낀다는 것을 행복하게 느끼던 17살의 소심한 소녀 때는 비싸지 않은 마스터키보드를 하나 장만해서 헤드폰을 머리에 포-옥 눌러쓰고는 밤에 어울리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분명히 바보같이 엉성한 사랑을 노래하는 가사가 어설프겠지. 그렇지만 풍성하고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음률로 채워서 그것들이 더욱 그리움의 감정으로 재탄생 될 수 있는 그런 노래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내 노래를 만들고 가사를 쓰면서 혼자 울기도 하고, 혼자 설레기도 하면서 나의 어지러운 마음을 에너지 삼아 무언가를 노래하고 싶었다.
영상을 편집해서 재가공하고, 플래시를 제작하는 등의 2차 가공 작업에 재미를 느꼈던 18살의 똘똘한 소녀 때는 모두와의 추억을 담아 재미있게 표현한 영상을 만들고 싶어 했다. 수 십장의 사진을 정리하고, 나열하고, 노래를 삽입하며, 순간순간의 이펙트를 고민하고, 플래시를 사용하여 움직일 수 없는 사진들을 역동적으로 만들었다. 내 마음대로 여행도 보내고 얼마나 자유로웠는지.
원하는 무엇이든지 제작을 하면서 표현 할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활동들에 매료되어 날마다 하얀 새벽을 보내도 행복했었다. 수 많은 표현이 그 안에서는 충분히 가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때까지의 인생 중에서는 가장 스트레스를 받을 시기였을지도 모르겠다. 트윅스 초코바를 매일 먹어서 똥배가 좀 늘었고, 친구들을 따라 연한 화장을 시작한 19살의 소녀 때는. 수다를 떨고, 의사소통과 감정을 나누고 싶어 했다. 딱히 특별한 일이 아니더라도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몇 시 몇 분이 되었든 그곳이 어디라도 함께이기 때문에 특별하고 의지가 되는 것 같았다. 밤새 친구들과 네이트온으로 대화를 하거나, 싸이월드에 작은 글로 나의 고민이나 예쁜 그림을 올려 온 공간에 너와 나의 기록이 쌓였었다. 모두와 이야기를 자연스레 이어갔고, 먼 곳의 친구들과도 자유로이 닿았던. 그런 수다를 하고 싶었다.
그럼 지금 25살의 나는 무엇이 하고 싶은 걸까.
나는 정말 많이 부족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글을 공개할 수 있는 공간을 얻은 것이 행복하고 기뻐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시를 써보고 싶기도 하지만 여전히도 엉성한 글 솜씨에 맘 같이 쉽지 않아 어려워하고 있기도 하고.
엄마 찬스로 구매할 수 있었던 방음부스(사랑해!)에 갇혀있는 업라이트 피아노를 감히 이 시간에 쳐보고 싶다. 빛을 내는 달빛의 힘을 빌어서!
새벽 한 시 가장 라면이 맛있을 시간인 지금, 보글보글 라면에 마늘쫑쫑 계란탁 떨어뜨려 맛깔난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하다.
거창한 게 아니고 그냥 소소한 재미를 느끼며 삶에 대한 애정을 느낄만한,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그런 일들 말이다. 그런 것을 하는 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혼자 이 시간이 되면 나는 눈동자를 재빠르게 굴리며 알밤을 찾는 다람쥐처럼 무언가 나를 매혹시킬 사냥감을 찾아 예민하게 곤두세운다. 비록 찾지 못하는 밤이 오더라도 나는 이 설렘을 옷장이든, 침대 밑이든, 서랍 속이든 구석구석으로 계속해서 찾을 것 이다.
야행성. 누가 지은 말인진 몰라도, 나를 아주 잘- 아는 사람이 지은 게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