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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안 Oct 10. 2016

누구든 무엇이든지 될 수 있어.

#1 열 손가락 가락가락의 봉숭아물

지금은 열 세살인 동생이 유치원에 다녔을 때

그리고 내가 고등학교에 다녔을 때,


그 때의 우린 함께 동네에 핀 봉숭아꽃을 죄다 꺾어와서는 꽃잎 사이사이의 개미를 잘 털어내고 얼마나 오래 되었을지 모를 백반을 넣어서 함께 콩콩콩 찧어서 봉숭아물을 들일거라며 한참 설레여 했었다.


정작 나는 밤새 뒤척거려 잠을 못 잘것을 생각하니 괜히 불편해져서 못했지만 내 동생은 어서 자기 손톱이 예뻐질 그 모양을 기다리고 있었다.


종알종알 혀 짧은 발음으로 내가 하는 모든 행동마다 '언니 지금 이거 뭐하는거야?, 여기에 뭐 넣은거야?, 이거 언제 손톱에 해줄거야?, 코~자고 일어나면 예쁜색깔로 바뀌어지는거야?' 라며 그 외에도 등등등의 궁금증을 쏟아내던 귀여운 동생.


유치원생, 5~6살의 아이의 손에 올릴 봉숭아꽃의 몽오리들을 실하게 뭉쳐서  꼭꼭 올려주었다. 왠지 어릴 때의 내가 처음으로 손톱을 물들이며 설렘에 잠 못 들었던 때가 생각났다.


'나도 너처럼 질문도 많이 했고, 꽃을 스스로 찧어보겠다고 졸라보기도 했었어. 더 진하게 물들으라고 두 밤이나 들여서 더 진하게 하기도 했었지!'


그러니까 내가 본 봉숭아물 중에서 네 손톱의 봉숭아물이 가장 예쁘게 그리고 아주 진하게 물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너도 다음에 또 이렇게 추억을 만나는 일이 생기면 웃음을 지으며 따뜻함에 힘을 얻기도 하고, 추억과의 재회의 기쁨 속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너그러움과 여유가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그런 사람이 네 주변에 있는 멋진 행운도 있으면 더 좋고.


우리의 삶에서 언젠가 예쁜 빛깔을 만나는 그 날 까지 꿈꾸는 모든 일에서 누구든 무엇이든지 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나고 만들어가는 일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오늘도 꿈꾸고 물들어가자.


누구든 무엇이든지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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