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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안 Jun 29. 2018

지나온 시간에 대해

늘 잠식당할 수밖에 없는 것.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서 '만남'과 '헤어짐'이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것, 너무나도 만연한 부분이다. 사실은 그것이 만남이었던 것인지도 몰랐었는데 그저 이별이 되는 것이 반복된다. 준비되지 않은 마음은 이렇게 맞이 하는구나, 하고는 헤아린다. 조금은.. 아니 조금보다는 더 많이 허망하게 느껴진다.


고개를 푹- 숙이고 발 끝은 바라보다 보면, 문득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그것들은 사람의 마음을 약하게 하고 사람을 미련하게 한다. 그리고 슬프게 한다. 그것이 마냥 좋았던 것이든 그렇지 않았던 것이든지 말이다.



모든 것들에게는 감정이 깃들기 때문에 그것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하다못해 매일 잃어버리던 집 열쇠도 마찬가지였다. 말도 안 되게 자주 잃어버리던 열쇠에 다소 무겁고 커다란 열쇠고리를 달아주던 그 누군가와 열쇠, 열쇠고리라는 그 물건이 떠오르면 그것 또한 만남이었던 것인지도 모르게 만났던 것이고 그것을 다소 허망하게 느끼는 그 느낌은 헤어짐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열쇠 자체의 존재와 부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 순간으로부터 지금이라는 시간은 이미 지금이기 때문에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세상을 살면서 너무 많은 것에 모든 감정과 느낌을 가지고 살기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까지 예민하거나 다채로운 느낌을 간직하고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가끔씩 허망함이 드는 날엔 내 자체가 모든 일을 그려낼 만큼 기억하고 있지 않더라도 숨을 쉬며 지나왔던 모든 순간의 모든 느낌들은 다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만났던 부모로부터 시작하여, 나의 의지와 나의 노력으로 만들어왔던 모든 이들, 그저 있었던 많은 물건들. 가끔 그것들을 훑다 보면 머릿속이 시끄러워진다. 왜 그리 미련이 남는진 잘 모르겠다. 미련이 가끔 울렁이는 토악질로 다가오면 나 자신을 원망한다. 잘 살아왔든 그렇지 못했든 지금 중요한 것은, 지나온 시간에 대해 마음 한 구석엔 늘 약하고 미련하고 슬픈 구석들이 언제든지 나를 순식간에 잠식한다는 그 사실이다.


그 모든 것들의 만남과 헤어짐. 그 끝이 자꾸 나 자신에 대한 원망으로 꽂힌다. 그대로 스스로 나에게 화를 내며 그대로 쓰린 마음을 가지고 나 자신의 완악함에 대하여, 나 자신의 이기적임에 대하여, 그 모든 것들에 대해 슬퍼하는 연약함에 대하여 감히 감당도 못 할 책임을 묻는다. 그리곤 그 상태에 갇혀 고개 숙인 채 끝도 없는 반성을 한다. 하루, 이틀, 매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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