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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안 Jan 29. 2017

뭐 그리 예쁘고 착한 딸년이라고,

너무나도 무거웠던 세뱃돈의 무게. 그리고 그  마음.

오늘은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받는 게 왠지 부끄러웠다.

'저도 세배를 하는 건가요?'

괜한 질문을 덧붙여 부끄럽게 고개를 숙여 세배를 했다.

점점 수그러지는 나의 정수리를 바라보며,

이 만큼이나 컸다고 징그럽단 말씀을 먼저 하실 것 같았다.


뭐 그리 예쁘고 착한 딸년이라고,

매번 정성과 마음을 적어 하얀 봉투를 건네시는 그 모습에

뾰죽 거리며 말수가 적어지고 민망함이 붉게 올라왔다.

세뱃돈과 함께 받은 덕담을 들으며

예전엔 봉투 안의 내용이 궁금해서 설레었다면

지금은 이 봉투에 겹겹이 포개어 담긴

건네받은 마음이, 손길이 왠지 모르게 눈 앞을 스쳐갔다.


한, 한 달 전에 생각도 없이 덜컥 붙어버린 대학원.

솔직히 자신할 수 없는 학자금 사전 신청을 하면서

그나마 학부라도 빚 없이 졸업해서 다행이라고. 민망함에 큰 소리로,

우리 이래 봬도 동수저는 아니겠냐며 실없는 소리를 해댔다.

그런데 뭐가 그리 예쁘고 착한 딸년이라고,

결국 말도 안 되던 입학금 다 보내 놓고는

막상 이번 달 생활비로 고민하다

생각도 못하게 나온 연차수당에 가슴 쓸어내리시던 그 모습.


그래서 세뱃돈이 담긴 그 봉투를 보자마자

마음 편히 감사하다고 말씀드릴 수 없었다.

이 봉투에 겹겹이 포개어 담긴

건네받은 마음이, 손길이 너무나도 무겁게 느껴져서.


뭐가 그리 예쁘고 착한 딸년이라고

먹는 나이만큼 더 필요한 게 많을까 싶어서

고심해서 담겼을 오만원 두장.


오늘은 정말 숨 쉴 수 없이 너무나도 무거웠던

세뱃돈의 무게. 그리고 그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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