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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산실

안양_안양천

by 김은진

자신에게 맞는 성공의 열쇠를 만들어가는 잉어를 보며

나도 나의 길을 가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잉어들이 태어나고 나무들이 열매를 맺고

얼굴에 미소가 가득 피어나고 추억이 탄생하는

안양천은 지금 행복의 산실이다.


산란을 준비중인 잉어떼


여기를 둘러봐도 저기를 둘러봐도 꽃들이 만발하여 있다. 처음에는 산수유가 조금씩 피는가 싶더니 아파트 정원에 매화가 피고 학의천에 개나리꽃이 노랗게 피었다. 아침마다 건강을 위해 안양천변을 걷는다. 아이들이 학교를 등교시키고 나도 같이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왔다. 지금 꽃들을 보지 않으면 1년 내내 후회를 할 수 있으니 실컷 눈에 담아 두어야 한다. 안양천으로 들어서자마자 눈이 즐거웠다. 언제 피는가 싶었는데 벌써 벚꽃잎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천국이 따로 없었다.

개나리꽃 사이사이에 오목눈이 박새와 정수리가 검정색인 쇠박새들이 고개를 내밀며 지저귀었다. 까치들은 벚꽃가지 사이를 오가며 흥겨움을 더했고 걸어 다니며 땅속의 씨앗들을 먹고 있던 비둘기들은 다시 하늘을 날아올랐다. 왜가리들은 하천에 발을 담그고 작은 물고기들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안양천을 따라 내려가니 갑자기 물장구치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그저 비가 안 와서 잉어들이 놀기에는 수심이 낮아 퍼덕이는 것인가 싶었는데 한두 곳이 아니었다. 여기서도 ‘퍼더덕’ 저기서도 ‘퍼더덕’ 소리가 났다. 이게 무슨 일일까.

이유는 바로 안양천에 잉어들이 산란을 하기 위해서 한강에서 올라온 것이었다. 곳곳에서 대여섯 마리의 잉어들이 뒤엉켜 산란을 하기 바빴다. 길이가 어른 팔뚝보다 더 큰 녀석들이 뒤엉켜 움직이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잉어들은 하천이나 강의 물살이 약한 곳에 주로 사는데 호수나 큰 저수지 등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안양천의 잉어들은 생태계 보존을 위해 낚시를 금하고 있다. 갑자기 잉어들이 많아져서 다시 잉어들을 방류했나 생각했는데 산란을 위해 물살을 거스르며 한강에서부터 올라오고 있었다.

때로는 입을 물 밖으로 내밀 때도 있는데 잉어의 입이 커서 놀랐다. 작은 사과 정도는 한입에 삼킬듯한 기세였다. 잉어의 입술은 마치 사람 입술처럼 옅은 분홍색으로 도드라져 있었다. 그래서 꼭 무슨 말을 할 것 같다. 뭐라고 말하는 걸까 상상해보았다.

넓적한 얼굴의 잉어는 “봄이 와서 기운이 펄펄 난다.”하는 것 같기도 하고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는데 실컷 먹어야지.” 하며 작은 버들치와 피라미, 붕어를 먹느라 바쁜 것 같기도 하다. 뾰족한 얼굴의 잉어는 “내 알은 좀 더 따뜻하고 조용한 곳에 낳을 거야.”라고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은색 납지리 정도는 먹어줘야지.”하며 까탈스럽게 굴 것은 같은 잉어 한 마리가 저 앞에서 혼자 헤엄치고 있었다.

어디를 가나 비슷해 보이는 안양천도 잉어들에게는 자신만의 산란 장소가 있나 보다. 물살을 가르며 부지런히 위로 위로 올라가는 잉어들을 보며 꼭 자기에게 맞는 멋진 장소를 찾기를 응원해본다. 정답은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닌가.

사람도 다 생각이 제각각 다르고 좋아하는 일이 다르다. 태어난 곳도 다르고 처한 환경도 다르고 재주도 다양하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르게 살아가는 게 정상이다. 인터넷이나 SNS로 검색을 하며 “OO하는 법“으로 큰 성공을 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기 때문에 성공의 법칙을 너무 맹신하지 않았으면 한다. 누군가는 그렇게 해서 성공할 수 있지만 본인도 맞다고 할 수 없다. 세상에 ”OO하는 법”은 있어도 그대로 따라해서 성공했다는 사람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자신에게 맞는 성공의 열쇠를 만들어가는 부지런한 잉어를 보며 나도 부지런히 나의 길을 가야겠다고 한 번 더 다짐해 보았다.

제방 위에는 벚꽃과 개나리가 만개하고 강변에는 보라색 소래꽃과 제비꽃이 무리지어 피어있었다. 초록색 잔디와 이름 모를 풀들이 파릇파릇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빨간모자 검은색 모자를 쓰고 날렵하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과 부지런히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여기저기 꽃향기를 맡으며 킁킁 거리는 푸들과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이 피어났다. 예쁜 꽃만큼이나 환한 미소를 띄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봄날의 추억을 낳고 있었다.

잉어들이 태어나고 꽃들이 열매 맺고 사람들의 추억이 탄생하고 안양천은 지금 행복의 산실이다. 오늘도 나는 안양천에서 작은 행복 하나를 만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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