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절정을 향해 질주하는 6월의 마지막주이다. 한여름을 환상적으로 수놓는 꽃은 무엇일까.
뜨거운 태양아래 더욱 거침없이 뽀얀 얼굴을 내밀고는 그 싱그러움을 잃지 않는 수국을 찾아 유구로 향했다.
그동안 제주에 가야 볼 수 있던 수국이 이제 중부권에서도 볼 수 있다.
2018년 유구읍의 주민들은 공주시와 힘을 합쳐 유구천변에 수국을 심기 시작했다. 쇠락해 가는 지역을 살리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수국꽃정원을 만들었다.
올해로 2회를 맞는 유구 수국축제 첫날 23일에는 흰색의 스트롱아나벨과 분홍빛의 핑크아나벨이 천변에 뭉게뭉게 피어올라 있었다. 파란색 앤드리스썸머 수국은 이제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하고 있었고 30도가 넘는 뜨거운 날씨에도 그 싱거러움을 잃지 않고 있었다.
향기를 맡아보고 싶어 얼굴을 가까이하니 내 얼굴이 그대로 파묻힐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정원전체가 웨딩마치를 준비하는 웨딩홀이 된 것처럼 우아하고 신성한 느낌이다. 꽃이 커다랗고 무거워 쓰러질까 봐 철제 받침대를 세워 고정되어 있는 것도 많았다. 역시 농사를 짓던 분들이시라 오이밭과 고추밭이 연상되는 이런 친근한 느낌이 또 재미있다. 1만6천본을 어떤 마음으로 가꾸었을지 생각하니 더 소중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삶의 터전이라는 것은 이렇게 가꾸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계셨다. 잠깐의 힘듦과 어려움도 참지 못하면 인생의 교훈은 어디서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유구천변 유구교에서 유마교까지 약 1KM 넘는 구간을 제방 곳곳은 물론 비탈사면까지 촘촘히 심어져 있었다. 고수부지는 산책로를 따라 양쪽으로 심어져 있었으며 바람개비 등의 조형물도 있었다. 길을 따라 걸으며 싱그러운 꽃들과 재미있는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니 행복한 미소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이곳은 결혼식장은 아니지만 커플링만 가지고 프로포즈를 해도 될 것 같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정원의 모습이다. 지금 막 사랑을 시작한 커플들은 시도해 보면 어떨까. 유구천변 수국은 이렇게 더위도 물러가게 하고 마음을 새롭게 하는구나. 꽃이 있어 행복하다. 수국이 있어 행복하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더 풍성한 꽃이 우리를 반길 것이다. 유구읍의 용식이네도 삼식이네도 미숙이네도 젊은 자녀들이 다시 마을로 돌아와 자식 키우고 알콩달콩 살 수 있게 이 수국이 역할을 다했으면 한다.
뒤쪽 골목에서 전골을 먹기 위해 식당에 갔는데 주문을 받던 주인아저씨는 몰려오는 친구분들과 술 한잔 하시느라 우리 주문을 주방에 전달하지 않으시고 계속 친구분들과 정담만 나누셨다.;;
작은 읍내에서 이런 행사를 치르다 보니 그런 거겠지만 냉정하고 악착같은 상술보다야 오히려 이런 불편함과 어수룩함이 또 새롭게 느껴졌다. (하하하;;)
축제장 뒤편에는 1970년대부터 시작된 방직공장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가 또 유명하다. 벽화가 아주 사실처럼 그려져서 초보 작가가 아닌 고수의 작품 같았다. 베 짜는 할머니 그림과 방직기계 등 섬유산업과 관련된 그림이 많았고 옷감을 다루시는 분들이라 그림을 보는 눈이 높으신 것 같았다.
수국에 이어서 눈호강을 실컷 하고 유구 시장으로 가서 시원한 열무국수 한 그릇을 먹었다.
몽실몽실 싱그러운 수국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아주머니 아저씨의 그리고 초등학교 학생들의 고사리 손이 보태어졌을 수도 있을 정성으로 유구천 변에서 천상의 화원으로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활기넘치고 싱그러운 유구천의 수국축제장에서는 붕어와 송사리들이 부지런히 꼬리를 살랑이며 금강으로 기분좋은 소식을 전하러 헤엄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