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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크티 라떼 Aug 19. 2022

대나무 쉼터 안양사원

안양예술공원 에코 프라워토의 작품

인간을 사랑하는 신의 마음, 자식을 보듬는 부모의 마음을 안양예술공원에서 만났다.

바로 인도네시아 건축가 에코 프라워토이다. 2005년 인도네시아 지진 때 대나무를 사용해 130채의 피난처를 만들었다고 한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건축가이다. 안양예술공원에도 에코 프라워토의 작품인 안양사원이 있다.

 홍미숙 작가님의 수필반 수업이 안양예술공원에서 있었다. 선생님의 수필 수업 중 적어도 한 번씩은 야외에서 수업이 있다고 한다. 작품 중 하나인 파빌리온에서 이어폰을 귀에 끼고 도슨트 해설을 들으며 이동하였다. 전에도 아이들이랑 와 본 적이 있지만 해설을 듣는 것은 처음이라 기대되었다. 산자락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이곳저곳의 작품들을 보니 재미있었다.

 ‘물고기의 눈물이 떨어지다’라는 이름의 분수를 시작으로 비봉산 자락의 능선을 이어 붙인 것이라는 파빌리온 건물, 뱀이 허물을 벗는 것 같은 약한 건축의 종이뱀, 음료 박스로 만든 상자 집, 용의 꼬리라는 기와지붕의 형태, 사람의 모습을 세로로 길게 왜곡시킨 멀리 보는 남자, 가상의 등고선이라고 만들어졌다는 전망대와 쉼터 의자 외에도 모두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그중에 가장 나의 마음을 휘감았던 것은 바로 안양 사원이다.

삼성천을 따라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삼성 제6교에서 삼성산을 따라 오르다 보면 만날 수 있다.

 밖에서 보면 대나무 돔이 커다랗고 시원한 집이다. 크기는 지름 12m, 높이 8m 정도로 선사시대 움막처럼 보인다. 빼곡히 세워진 게 아니고 대나무 한 개가 세워져 있으면 그보다 약간 넓게 틈을 주고 또 한 개가 세워져 있다. 안쪽에 한 번 더 원형으로 세워져 있어서 밖에서 봤을 때는 틈 없이 세워진 대나무 벽으로 보인다. 바깥쪽의 대나무들은 원형 철재로 3번 고정되어 있다. 바닥에서 1m 정도 띄워서 동그렇게 고정되어 있고 다시 2m씩 띄우고 두 번 더 고정되어 있다.

 마지막에는 지름을 좁혀서 고정했기 때문에 안으로 대나무가 휘게 되는데, 그래서 밖에서 보면 돔의 형태로 보인다. 바깥에 쓰인 대나무는 인도네시아에서 온 것으로 우리나라 대나무와 달리 잘 휘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개방된 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폭 2m의 간격을 띄고 안쪽으로 대나무가 한 번 더 둘러져 있어서 마치 복도를 만든 것 같다. 소재가 대나무라 그런지 시원한 느낌이 든다. 사이사이가 보여서 살짝 비치는 안쪽의 모습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안쪽에 쓰인 대나무는 우리나라 대나무로 곧게 뻗어 있고 몸통도 굵다. 안쪽도 대나무 하나의 폭보다 조금 넓게 띄워서 다른 대나무를 또 세우는 식이다. 이제 다시 개방된 안쪽 문으로 들어서면 깜짝 놀란다. 지붕이 없이 하늘이 뻥 뚫려 있다. 바깥에서 보았을 때는 안으로 모아진 대나무들이 분명히 막혔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붕은 없고 원형의 내부에는 소나무 세 그루가 있었다. 중앙에 있는 게 아니라 한쪽으로 쏠려 있었다.

 중간에는 대나무 평상이 있었다고 했다. 그날은 수리가 필요해서 고치러 갔다고 했다. 관람을 마치고 파빌리온에서 영상으로 그 대나무 평상을 볼 수 있었다. 안양 서원 안쪽에서 시원한 대나무에 등을 기대고 하늘을 보고 나무를 보았다.

 그냥 올려다보는 하늘과 뻥 뚫린 대나무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느낌이 달랐다.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지붕이 없는 돔의 형태로 만든 작가의 뜻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곳에서 바깥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소나무 향기를 맡으며 하늘을 바라보라는 뜻일 것이다.

 지붕이 있다면 이곳은 일상의 생활을 하는 거주지가 될 것이다. 지붕이 없기 때문에 이곳은 사는 곳이 아니고 쉬면서 명상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지붕을 얹고 빼곡히 대나무를 대어 바람을 막았다면 이곳은 초라한 움막에 지나지 않는다. 살아가는 집 대신 활짝 열린 하늘을 보여줌으로써 마음엔 꿈이 차오르고 편안함이 찾아온다.

 안양 사원의 대나무들은 자식을 대하는 부모의 마음과 같다. 세상의 바람을 완전히 막지는 않으나 꿋꿋하게 서서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돌아본다. 동그랗게 둘러싸인 모양은 자식을 포용하는 마음이다. 하나의 대나무가 서 있으면 그만큼 떼어 또 대나무가 서 있는 것은 부모와 자식이 대화하는 것 같다. 대나무와 소나무, 바람과 하늘과 구름이 어울려 가족이 되고 이야기가 된다. 안양 사원의 짧은 이야기를 만들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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