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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크티 라떼 Oct 01. 2022

속초의 일출

귀여운 강아지가 안겨오는 것 같다.


9월 말인데도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았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육박한다.

올여름은 비도 많이 오고 침수 피해 입으신 분들도 많았다.

흐린 날씨에 여름 같지 않더니 여름이 물러나기 싫은가 보다.

선선한 가을 날씨를 예상하고 미리 여행 계획을 세웠는데 아직 덥다.

하지만 화창한 하늘은 영락없이 가을 하늘이다.

푸른색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쾌청한 하늘이 우리 마음속 구름도 모두 몰아낸다.

바다도 보고 산도 볼 수 있는 속초로 향했다.

나는 주로 우리나라에 서쪽에 살았었다.

서울도 그랬고 지금 살고 있는 안양과 아버지가 귀농하셨던 예산도 모두 서쪽이다.

그 덕에 서쪽으로 지는 일몰의 우아함은 많이 보았다.

하지만 동해안은 지나다니기만 했지 일출을 본 적이 없다.

이번에 속초에 가면 일출을 볼 예정이다.

산도 좋고 물도 좋은 속초는 복이 많은 도시다.

설악산이 멋지게 솟아 있고 속초해수욕장도 잔잔한 파도가 물결치며 펼쳐져 있다.

일찍부터 출발하여 설악산을 돌아보고 늦게 숙소에 도착했다.

근처 수산시장에서 회도 먹고 닭강정도 먹었다.

밤에 나가서 바닷가 모래사장을 거닐면서 내일 일출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상상했다.

바닷가의 밤은 고요하고 파도는 잔잔하게 해안에 닿는다.

Y자 모양의 테트라포드로 쌓여 있는 방파제 위에는 육교처럼 난간이 있다.

방파제 주위에 조명도 은은하게 여러 색으로 밝혀져 있었고

바로 앞에는 대관람차에서 다양한 조명이 화려한 문양들을 만들어 내서 더 활기차 보인다.

옆에서 폭죽놀이를 하는 사람들의 폭죽이 초라해 보일 정도로 방파제 주변은 화려하다.

방파제 위로 들어서면 또 다른 재미를 만날 수 있다.

잔잔한 해안가 파도 모양의 조형으로 바닥을 만들어 놓았다.

그 위에 불가사리와 조개, 고동, 문어 등의 모형을 해놓았는데

실감 나는 색상과 세밀한 조형물들이 용궁에 놀러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기분 좋게 하였다.

속초 바닷가에는 누가 대장일까?

아마도 대게인 듯하다. 가장 크게 대게를 장식해 놓았다.

대게는 고가이니까 아마 많이 잡고 싶은 마음에서 그렇게 해놓았을 수도 있고

속초에선 대게는 꼭 드시고 가시라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동해 바다에 떠오르는 태양은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내 마음에 희망이 벅차오르고 무쇠 같은 결심이 솟구칠까?'

내일을 기대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오전 6시 10분에 일출이 있다는 기상청 예보를 보고 6시에 알람을 맞춰 놓았다.

바닷가에 있는 펜션이어서 눈뜨자마자 옷을 따뜻하게 차려 입고 바닷가로 나갔다.

벌써 일출을 보기 위해 밖에 나온 분들이 많다.

삼각대를 세워 두고 사진 찍을 준비를 하시는 분, 벤치에 자리 잡고 조용히 속삭이고 있는 연인들,

낚싯대를 드리우신 분,그저 운동을 하러 나오신 분들도 많이 보인다.

나도 천천히 모래사장을 거닌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확연히 드러난다.

검푸른 바닷물 위에 붉은색 하늘이 넓게 펼쳐져 있다.

6시 10분이 되자 수평선에서 빨간 해가 손톱 끝만큼 비추었다.

‘와!’하는 감탄사와 함께 눈빛을 고정했다. 2분여 만에 작은 해가 완전히 동그란 형태로 떠올랐다.

대단히 웅장할 것 같았던 일출이 비치볼처럼 작게 떠오르는 게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하늘에 펼쳐진 구름을 넓게 붉은색으로 물들이며 떠오르는 태양을 보다가 이렇게 쑥 작은 꽃처럼 올라오니 색다른 기분이 든다.

새해는 아니지만 일출을 보며 소원을 빌어 보았다.

거대한 태양이 동쪽에서는 이렇게 작게 떠오르다니

귀여운 강아지처럼 나의 품에 안겨와 웃는 느낌이다.

뜨거운 태양의 여린 속마음을 본 걸까? 태양이 수줍게 얼굴을 내미는 아이 같은 면이 있다니......

서쪽에선 절대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오랫동안 나를 기다린 것처럼 얼굴을 붉히는 태양을 보면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바쁘게 살다 보니 나를 기다리고 있는 자연을 소홀히 한 것 같다.

세상을 움직이는 태양이 날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재미있는 착각을 하며 난 웃었다.

다음에 또 만나자 속초의 태양아!

우리 좋은 추억 많이 만들자!

내일부턴 서쪽에서 맞이할게!

속초의 일출을 보며 난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나는 개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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