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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크티 라떼 Sep 19. 2023

사실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 보다 만들기를 더 좋아해

삼덕공원 종이문화 예술교육축제, 다양한 체험과 전시로 아이들 감성충전

스마트폰만 좋아하는 아이들, 척추측만증과 거북목은 물론 집중력도 없어져 걱정라면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종이로 만들기 체험을 해보면 어떨까.


16일, 안양시 삼덕공원에서 종이문화예술교육축제가 열렸다. 페이퍼리본과 안양과천교육지원청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종이, 열두 번째 새 희망을 품다'라는 주제로 안양과천 관내 초중고등학생 및 지역작가들이 참여한 38개의 다양한 부스가 설치되어 종이와 관련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체험부스의 모습>

모든 참가자들이 일제히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시작되었다. 색색의 환한 미소가 바람을 갈랐다.

어떤 체험을 먼저 할까 요리조리 살피는 똘망똘망한 아이들의 눈 빛에 같이 온 엄마, 아빠의 발걸음도 덩달아 신이 난 듯 부지런히 움직였다.

페이퍼 플라워를 만드는 체험부스에 금세 긴 줄이 생겼다. 카르멘의 머리에 꽂혀있을 듯한 강렬한 붉은색 코사지가 완성품인 듯 걸려 있었다. 한 아이가 꽃대를 붙들고 엄마는 글루건으로 접착제를 바른 후 꽃잎을 붙였다. 옆에 아이는 보라색 꽃을 만들고 있었다. 할머니에게 선물할까. 엄마에게 선물할까, 자신의 방에 장식하려는 것일까. 꽃 한 송이로 온 집안이 밝아질 것이다.


종이액자를 만드는 코너에서는 3명의 여자 아이들의 고사리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부모님께 사랑의 메시지를 적거나 친구를 응원하는 글을 적고 있었다. 마음속에 가득한 사랑과 우정이 하얀 종이에 캘라그라피 작품으로 완성되고 있었다. 가위로 오리고 붓에 물감을 묻혀 그림과 글씨를 쓰는 아이들의 모습과 뿌듯한 듯 자리를 함께한 부모들의 애정이 오래오래 따뜻한 페이지로 남길 바라여 보았다.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페이스 페인팅 코너에서는 종이가 자리를 양보했다. 몇 줄의 선이 얼굴에 그려지자 뮤지컬 캣츠의 주인공들이 되었다. 나비의 날개처럼 때로는 천사처럼 종알거리며 움직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어여뻐 하늘의 두꺼운 먹구름도 힘을 주어 빗물을 붙들고 있는 듯하였다. 조금씩 빗방울이 날렸지만 체험 부스는 여전히 북적였다.  




중고등학생들의 참여도 활발하였다. 웹툰과 캐릭터, 애니메이션, 청화백자 그림과 우리 동네이야기, 한지를 이용한 작품들이 있었다. 작은 미니어처로 메뉴판을 만든 코너 앞에서 뜨끈한 우동 한 그릇에 새우초밥을 저녁 메뉴로 장바구니에 담아 보았다.



삼덕공원은 수암천 산책로와 연결되어 조용히 걷기에 좋은 곳이었다. 천천히 거닐다 보니 안양문인협회 회원들의 도서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다가오는 한 무리의 소년들에게 부스를 지키던 작가가 말을 건네었다.

"무료로 나눠주는 책이니 가져가서 엄마 드려~" 

"제가 읽어야지요." 씩씩하게 대답하며 책을 가져간다.

작가의 뭉클한 가슴이 깊어진 눈빛에 얼비치었다.


개막식 때 날렸던 땅에 떨어진 종이비행기를 주워 날려 보던 아이가 빙글 돌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보며 아쉬운 듯 '에잇' 소리를 내었다. 귀여운 아이의 모습에 생각나는 글이 있었다.


무릇 가장 소중한 것이 가장 먼 곳으로 떠나간다. 

그러므로 서로가 세월이라는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가기 전에, 

모든 추억이 까마득해지기 전에, 

우리는 곁에 있는 사람들을 부단히 읽고 헤아려야 한다.             

    (이기주/가장 소중한 것이 가장 멀리 떠나가기에)

 

무언가 잘 안되던 날들, 굉장히 고단하고 힘겨운 날들도 세월을 싣고 간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시간 들을 아주 많이 그리워하지 않는가. 나도 떨어진 종이비행기를 하나 주워 벤치에 앉았다.

나에게 쓰는 편지처럼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았다. 


1. 독도에 가서 엄지손가락 만한 돌멩이 하나 주워오기

2. 울릉도에서 물새알 사진 찍어보기

3. 좋은 글을 쓰고......

다섯까지만 적었고 가방에 넣었다. 욕심부리지 말아야지.

버스에 앉아 조금 전 부스에서 읽고 캡처해 온 글귀를 다시 읽어보았다.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내게 주어진 삶에 대해 타협하며 

내가 실천할 수 있을 만큼의 무게만 지고 가려한다. 

무엇이 되리라곤 꿈꾸지 않는다.

가끔 나에게 틈을 주고 싶을 뿐.

                          (김산옥/틈을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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