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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크티 라떼 Sep 24. 2023

제7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2)

공공미술작품앞에서 사진 찍어보기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다. 가을이 이제 막오려나 보다. 

집에만 있기에는 아까운 하늘이라 밖으로 나왔는데 멀리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

안양의 (구) 농림축산검역본부로 가 보길 추천한다.

아날로그 감성의 60년 전 건물에 입구에서 1960년대의 아침 풍경을 상상하게 한다.

단정한 양복에 검정구두를 신은 남직원과 주름스커트에 단발머리 한쪽에 실핀을 꽂은 여직원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가방에는 도시락도 챙겨서 출근하였을 것이다.

이곳 검역소에서는 농산물의 씨앗이나 동물의 바이러스를 검사하였다고 한다.

전면의 대강당동은 화장실만 쓰고 옆에 건물인 본관동을 수리하여 전시실로 만들어 놓았다.

전시장 중에 '수의과학 연구소장 김소장의 사무실'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 예전 건물의 쓰임을 볼 수 있는 약도가 있었다.  

김소장이 가지고 있던 건물 위치도

약도를 보면 예전에 이곳에서 동물도 사육했던 것을 볼 수 있다. 8번에 동물위생연구동, 1번 바이러스 연구동, 2번 세균연구동이라고 적혀있고 동물사육장도 있다. 

주차장은 본관건물 뒤에 있는데 작은 자갈이 깔려있다. 주차하느라 후진했는데 부~웅 거리면서 바퀴가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60년도 이곳이 주차장이었을까' 생각을 하며 차에서 내렸다. 아마 오래전에는 진흙으로 되어있었을 것이고 자동차보다는 자전거 주차장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건물 안에는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많다. 비밀스러운 장소에 들어온 느낌이다. 조금 무섭기도 하고 그래서 더 안으로 들어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누군가 튀어나와 "천안행 비둘기호 막차시간은 언제인가요?" 물어볼 것 같은 느낌이다.


아스팔트 바닥은 금이 가있다. 오래전 동네 골목에서 많이 보던 금이다. 바닥에 있는 금에는 이끼가 끼고 작은 풀씨들이 자라서 갈라진 선이 그림을 그려 놓은 것처럼 멋지다.

아스팔트 바닥은 시멘트와 모래, 자갈을 섞어 만든 인공구조물이지만 60년이란 세월은 이제 그것도 자연의 일부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갈 시간.

이번은 두 번째 방문이다. 사진 찍는 분들이 수업이 있다고 해서 같이 가게 되었다. 잠시 나는 뒷모습만 모델도 되어 주었다. 나도 사진도 찍고 지난 번에 올 때는 조용히 전시장을 감상했다면 이번에는 열심히 사진을 찍어 나만의 감성으로 전시장을 담아보는 시간이었다.

그래도 역시 나는 작품보다 이 건물이 제일 마음에 든다. 이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동물사육장 안에 있던 돼지는 새끼를 몇 마리까지 낳았을까 생각했다.

낮은 계단과 좁은 복도 나무로 된 문과 오래된 노출 콘크리트 천장들이 참 정겹게 느껴졌다.

오후 3시경부터 관람하기 시작해서 오후 5시까지 이곳저곳을 보았다.

이 시간에는 학생들이 많이 관람했다. 분주히 돌아다니며 호기심을 갖은 아이들이 예쁘다.

이 건물은 몇 년 안에 헐리게 된다. 눈에 오래 담아 보았다. 인공물이 자연의 일부처럼 보이게 되기까지 60년이 걸렸고 이제 다시 새로운 모습의 건물이 이곳에 나타날 것이다.

또 다른 정장을 입은 남직원과 예쁜 플레어 스커트를 입은 여직원이 정문을 지날 것이다. 

(구) 농림축산검역본부

이 이야기는 오마이뉴스에서 계속됩니다.

확 달라진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시민들 큰 호응 - 오마이뉴스 (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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