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밭에서 질러보는 즐거운 비명
나는 1월 생이다. 그래서 7살에 학교에 들어갔다. 어릴 때는 친구들과 나이 어려도 별 상관없이 지냈는데 막상 사회생활을 하니 불편하다. 같은 나이지만 내가 먼저 졸업했고 같이 졸업했지만 나보다 나이가 많고
이래저래 뒷말을 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상황이 될 때가 많아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는 나이로만 동년배로 여긴다. 이제는 없어진 7살 입학을 보며 참으로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일찍 학교에 간다고 영재가 되는 것도 아니니 느긋하게 입학시키는 게 좋은 일인 듯하다.
아무튼 내 생일쯤 하여 제주도여행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일기예보를 보니 심상치가 않았다. 비가 온다고 하더니 눈이 온다고 하고 무언가 조짐이 이상하여 예약한 티켓을 모두 반환하고 강원도 평창으로 향했다.
눈구경을 실컷 해보고 싶기도 해서 그랬는데 정말 눈 맛 제대로였다.
내가 간 첫날은 체감온도 영하 20도 둘째 날은 체감온도 영하 30도였다.
추워도 너무 추웠지만 이렇게 죽을 만치 동태꼴이 되고 나니
다시 경기도인 집으로 돌아와 생활하니 봄이 된 것 같다.^^
대관령으로 가는 길은 눈이 많이 내렸다. 설마 낮에도 추울까 햇빛이 비치면 따뜻하겠지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정말로 춥고 털부츠를 안신은 내 발이 그렇게 불쌍해 보일 수 없었다.
대관령 목장에서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은 털부츠였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밖에 나오는 것도 시간대 온도 봐가면서 움직이는 나였다.
추위에 완전히 약하기 때문에 늘 겨울이 오면 긴장이 되었다. 하지만 갑자기 나에게 무슨 바람이 분 걸까.
내가 어떻게 된 걸까.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강원도 대관령으로 향하고 있었고 다시 또 정신을 차려보니 영하 17도의 맹추위에 바람에 날려 갈 것 같은 날씨에 서있기도 힘든 곳에서 나뭇가지에 얼음을 사진을 찍고 있다. '아름다움이란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구나.' 나뭇가지에 얼어붙은 얼음이 보고 싶다고 일 년 정도 생각만 하고 있다가 어느새 실행에 옮긴 것이다.
하얗게 덮인 세상에서 바람조차 하얗게 가루로 날리고 포옹을 하고 간다.
대관령은 구름 위 세상처럼 맑고 청명하고 신성하였다.
양떼막사에선 귀여운 양들이 건초를 먹고 있었다. 난 알퐁스 도데의 <별>에 나오는 목동을 떠올렸고
아름다운 추억의 밤이 별 속에서 반짝이는 날들을 생각했다. 마침 숙소에도 알퐁스 도데의 친필 엽서가 있어서 사진을 찍어왔다. 나도 그렇게 멋진 이야기를 쓰게 해달라고 빌면서 잠들었는데,
덕분일까 꿈속에서 대관령의 양떼들과 모닥불을 피우고 놀았다.
오마이뉴스 기사를 쓰게 된 사연을 적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