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밤바다에서는 꼭 크루즈를

by 김은진

갑자기 여수 여행을 가게 됐다. 지인이 여수로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사정이 생겨 못 가게 되자 대신 가겠냐고 물었다. 아이가 방학이고 특별한 일정이 없어 티켓을 받았다. 휴가철이라 차가 많이 막힐 줄 알았는데 기록적인 폭염이 한 차례 지나가서인지 고속도로는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2년 전 가을에 아이와 여수에 처음 왔었다. 당시 낮에 아쿠아리움 등을 관람하고 밤에는 피곤해서 일찍 잠이 들었다. 그래서 여수의 밤 풍경을 잘 알지 못했다. 이번에는 여수의 일몰과 밤바다를 즐길 계획을 세웠다.

요트를 타고 먼바다까지 나가보고 싶었지만 한 달 전에 미리 예약해야 된다고 했다. 차선책으로 크루즈 탑승을 선택했다.

여수에 도착해서 숙소에 들어가기 전 돌산읍 안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해산물은 싱싱하고 쫄깃쫄깃했다. 밑반찬으로 돌산 돌게장이 나왔는데 껍질이 딱딱해서 가위로 다리를 잘라야 했다. 단단한 껍질 속에 탱글탱글하고 단맛이 도는 게의 속살을 맛볼 수 있었다.

유명한 돌산 갓김치도 나왔다. 돌산의 해양성 기후와 알칼리성 토질이 따뜻한 바람과 만나 더 맛있는 갓을 생산해 낸다고 한다. 돌산갓은 일반 갓보다 매운맛은 적고 독특한 해조류 향이 났다. 칼슘과 철분의 함량이 풍부하고 다른 채소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라고 무조건 섭취해 두었다.

이제 여수를 돌아볼 차례다. 돌산읍에 위치한 여수 예술랜드로 향했다. 여수에서 돌산을 지나는 대교는 1984년 완공된 돌산대교와 2012년 완공된 거북선대교가 있다. 돌산대교의 팽팽하게 당겨진 듯한 케이블 옆을 지나며 밤에 볼 야경도 기대됐다.

예술랜드에 도착해 대관람차에 탑승했다. 천천히 돌아가는 캡슐 안에는 양쪽으로 마주 앉는 의자와 흰색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음악을 틀 수 있는 플레이어가 있었다. 자리에 앉으니 대관람차 안에서 세상이 나에게 여러 장의 타로카드를 꺼내 보이는 듯했다.

바다를 향해 앉자 푸른 남해 바다에 내치도와 외치도가 떠 있었고 하늘과 바다 사이에 맑게 피어오른 흰 구름이 싱그러운 여름처럼 부풀었다. 바다 위에 떠다니는 선박들의 여유로운 움직임도 보였다. 반대편으로 앉자 예술랜드에서 마이다스 손에 올라가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과 스카이워크를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숙소에 도착해서 조금 쉬고 저녁 무렵에 여수엑스포역 인근의 선착장으로 향했다. 해 질 무렵이 되니 바람도 더 시원했고 기온도 내려가 걷기 좋았다. 해안선을 따라 물결치듯 구불구불하게 놓인 교량을 통해 이동했다. 길의 부드러운 곡선이 마음까지 물렁물렁하게 만들었다.

크루즈에 탑승하려면 신분증과 미성년자 아이의 신원 확인을 위한 등본이 필요했다. 티켓을 발매하고 크루즈 안으로 들어갔다. 선박의 1층은 연회장과 공연장이고 2층은 앉아서 창밖을 보며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3층은 갑판으로 야외 공연장이 있었다. 난간에 서서 여수 해안을 보니 호텔과 카페에 불이 이제 막 시작된 일몰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갑판에는 여수 여행에 대한 안내와 진행을 맡은 사회자가 있었다. 배의 오른쪽에 서면 오동도를 볼 수 있고 왼쪽에 서면 돌산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고 했다.

오후 7시 20분, 선박이 천천히 출발했다. 오동도를 스치고 방파제를 미끄러지져 남해 바다의 물살을 갈랐다.

었다. 하늘이 어둠 속에 잠기자 돌산대교와 거북선대교에 불빛이 들어왔다. 교량의 하중을 지지하는 케이블이 미녀의 가지런한 치아처럼 환했다. 거북선대교가 붉은빛으로 또 파란빛으로 미소를 던지는 듯했다.

불이 켜진 돌산대교를 지날 때 산모양으로 솟아있는 사장의 불빛이 바다에 비쳤다. 보라와 노랑, 파랑과 빨강의 불이 켜질 때마다 바다도 몸을 흔들며 빛의 물감을 풀어놓았다. 왜 ‘여수밤바다’ 노래가 그렇게 인기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밤의 야경이 활기와 은은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어서 크루즈의 절정인 폭죽이 터졌다. 바다 한가운데서 빛이 맹렬하게 쏟아졌다. 거침없이 터지는 폭죽소리에 갑판 위는 함성과 감탄이 섞였다. 답답한 마음도 일시에 터져 나와 밤하늘을 수놓고 사라졌다. 불평도 속상함도 꿈의 한 귀퉁이처럼 펼쳐져 나왔다.

폭죽 쇼가 끝나자 사회자는 항구에 도착할 때까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돌아오는 동안 탑승객과 함께 말춤도 추고 함성도 지르며 즐거움으로 채웠다. 사람들은 갑판에서 웃고 뛰면서 무대를 즐겼다. 섬과 육지를 잇는 교량처럼 여수 밤바다는 일상에 갇힌 사람들과 자유로움을 이어주었다.

여수의 밤은 휴식과 재충전 자체였다. 은은히 빛나는 돌산대교의 불빛, 천천히 움직이는 케이블카. 밤을 즐기는 황홀한 빛에 던져진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여수에 가면 밤에 꼭 크루즈를 타라고 권하고 싶다.

이글은 오마이뉴스에 제보된 내용입니다.

'여수 밤바다', 여기에서 보니 정말 감동이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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