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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크티 라떼 Oct 20. 2022

비봉산 계곡물이 안양천으로

안양천(1)비봉산 놀이터 _시냇가 이야기숲

안양역에서 대림대학교 쪽으로 더 들어가면 산이 보인다. 그 산 이름이 비봉산이다. 관악산에서 시작된 비봉산 밑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는 마을이 있다. 바로 임곡마을이다. 나는 이곳에서 신혼생활을 하였다. 처음엔 단지 직장이 평촌이어서 이곳으로 왔다. 당시 서울에 살던 나는 이곳에 온 이후로 여유 있게 출근할 수 있었다. 살다 보니 정든다고 조용하고 상쾌한 산속에서 내려오는 공기에 반했다.

 특히 비봉산은 등산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차량으로도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어서 가끔 운전하여 산 정상에서 안양 도심지를 내려다보며 커피를 마시기도 하였다.

 하지만 주로 도보로 이용하는 등산로를 이용한다. 한 시간 반 정도만 부지런히 올라가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차량통행이 이루어지지 않는 곳으로 곳곳에 벤치가 있고 운동기구도 있다. 운동하는 어르신들을 자주 볼 수 있고 반려견과 산책하시는 분들도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주로 산책 삼아 천천히 다녔다. 숲 속 공기는 상쾌하고 좋았으며 불편하거나 답답한 마음을 완화시켜 주었다.

 주말에는 남편과 아이들과 같이 다녔다. 산속에 큰길로 만 다니지 않고 오솔길로도 다녔는데 가다 보면 갑자기 약수터가 나오기도 하고 넓게 움푹 파인 분지 같은 곳도 나타나곤 했다. 아이들은 나뭇가지를 주워 칼싸움을 하였다. 나는 그곳에서 다람쥐가 다니는 모습을 관찰하기도 하고 새소리를 듣기도 하였다.

 배드민턴을 치고 여러 가지 운동기구들이 아주 많이 있는 곳도 있다. 세심천 약수터이다.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오며 가며 한 번씩 철봉에 매달려 보기도 하고 허리를 돌려보기도 한다. 매일 산에 간다면 신체건강은 말할 것도 없고 심신의 안정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요즘엔 산악자전거를 타고 오르내리시는 분들도 많다. 가파른 산 길을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올라가는 것을 보면 너무 힘겨워 보인다. 하지만 내려갈 때는 스키를 타고 내려가는 것처럼 시원스럽다.

 망해암은 일몰로 유명하다. 법당 안에는 들어가 보지 않았지만 서쪽으로 넓게 펼쳐진 법당 앞에 서면 넓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다.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보면 슬픔으로 마음이 저려온다. 아직 이승에 머물고 있는 우리가 다른 세상에 있는 존재를 생각하게 한다.

 산속은 계절마다 아름다운 향기를 품고 있다. 봄에는 진한 꽃향기를 풍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카시아꽃은 바람결에 우리 집 앞까지 닿았다. 아침 일찍 밥을 지으려고 창문을 열면 아카시아 향기가 밀려들었다. 칙칙 소리를 내며 밥통에서 김을 뿜어 대면 노래가 절로 나온다.

 여름에는 진한 초록의 풀향기가 밀려들고 가을에는 단풍에 물들어 떨어지는 낙엽의 냄새가 온 동네에 넘실거렸다. 상쾌하고 약간 쓸쓸한 그런 가을에는 저절로 산을 향하게 된다. 차가운 바람이 휘이휘이 부는 겨울에는 비봉산으로 얼음을 깨러 갔다. 두꺼운 장갑을 끼고 얼음을 깨고 있으면 마음속의 스트레스까지 달아났다.

 아이들과 많은 추억이 있는 비봉산의 추억을 생각하면 늘 행복하다. 진로에 대한 고민도 학업 스트레스도 잠시 내려놓는다. 스트레스를 내려놓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아무리 떨쳐버리려 해도 무거운 마음이 내게서 떠나지 않으면 정말 큰 일이지 않은가. 하지만 산바람이 그런 주름진 생각들을 날려 보낸다.

산기슭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듣는다. 임곡천일 것이다. 임곡천은 대림대학교를 지나 안양천으로 흘러들어 간다. 안양천은 다시 한강으로 합류한다. 한강은 다시 바다로 흘러갈 테고 다시 비가 되어 임곡마을에 내릴 것이다. 아이들은 모두 임곡마을에서 태어났다. 아이들이 커서 다시 이곳에 왔을 때 나와 남편 그리고 형제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그때 우린 여기서 산에 오르고 산딸기를 따먹고 도토리를 주었으며 낙엽 냄새에 깔깔거리고 웃었다는 추억을 떠올리길 바란다.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란 걸 알려준 비봉산은 우리들의 놀이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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