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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크티 라떼 Nov 26. 2022

불편한 편의점의 작가를 만나다.

페퍼그릴의 추억

11월 22일 평촌에서 북토크가 있었다.

저녁시간이지만 식사는 대충하고 집에는 치킨 배달시켜주고 도서관으로 출발했다.

이렇게 어두운 시간에 돌아다니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다.

도서관 시청각실에 들어서니 북토크한다고 커다란 책 표지의 모형이 있었다.

표지가 참 이쁘다. 커다란 모형으로 만들어 놓으니 더 예쁘다. 옆에 세워 놓고 따끈한 청주 한잔 하고 싶다.

올 가을에 도서관 테이블에서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나는 북토크를 처음 가봤다. 

이렇게 김호연 작가의 북토크에 처음으로 오게 된 이유는 예전에(12년전) 홍대에서 회화학원을 다닐 때

강사와 수강생들이 모두 "페퍼그릴"이라는 수제버거집에서 몇 번 만남을 가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 김호연 작가가 햄버거를 만들고 서빙을 했고 친구가 사장이었다.

햄버거는 맛있었고 매장은 항상 깨끗했다.

손님이 많지는 않았지만 외국인들이 보는 잡지에도 실리고 여행잡지에도 실리고 

꽤나 홍보가 되었지만 사람들은 수제버거를 손쉽게 따라 하는 지라 근처에 많은 수제버거집이 등장했다.

그 후로 버거집이 어찌 된 지는 모르겠고 그때 김호연작가와 친구분까지 나의 페이스북 친구가 되었다.

왜 그렇게 됐는지는 전혀 기억이 안 나고 아마 외국인 강사가 맺어준 친구였던 것 같다. 얼마 후 나는 다른 사람의 삶을 강요하듯이 보는 문화에 익숙하지도 않았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전 세계의 친구들을 볼 수도 없고 안 볼 수도 없고 참으로 불편한 페이스북이어서 탈퇴했다.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 그 사람들이 다시 떠올라서 특별히(?) 북토크라는 것을 가게 되었다. 

그리고 특히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어서 기뻤다.


북토크하는 동안 사회자가 질문을 하고 작가가 대답을 했는데 

사회자도 작가도 말을 워낙 잘해서 두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내용을 정리하면

 '꼰대'라는 단어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윗세대를 꼰대라는 말로 몰아세우고 소통을 하지 않으면 

자신의 잘못을 개선할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지금은 가장이 설자리를 잃은 것 같다. 그렇다고 엄마로서의 자리가 탄탄한 것도 아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청소년기에는 자꾸 공부하라고 그러니까 

부모에게 반항할 수 있지만 커서도 그런 상황이 개선이 되지 않는 건 왜 일까.

성공만을 목표로 하는 시대가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조기에 영어나 수학을 가르쳐야 하고 일찍 적성을 찾아서 뒷바라지를 해줘야 성공하고 남에게 무시당하지 

않는데 그렇게 못 해준 부모는 자신의 인생을 망친 사람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자식은 부모를 보면 가슴 아파도 말이다. 세상의 편견에 그냥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니지 모르겠다.

성공이라는 잣대를 들이밀며 그런 말을 당연하게 하는 교수나 학자들도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식을 출세시키지 못한 부모는 자격이 없나?

내가 아는 부모는 자식을 사랑으로 키우는 사람이다. 

세상이 넘실대는 파도라면 부모의 사랑은 작은 섬이다.

자식의 자아실현에 부모가 어느 정도 기여하는 것일까. 

'나의 생각은 부모가 기여해서 이룬 자아는 자아가 아니잖아요....ㅡㅡ'


그리고 소설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얘기도 있었다.

소수의 삶에 대한 이해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자기계발서나 정보를 얻고자 하는 책들을 좋아하시는 분은 소설을 싫어하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좋아하는 책이 모두 소설이다. 그래서 현실의 삶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본다. 

요즘은 수필을 쓰니 또 수필이 더 좋다.

브런치에는 다양한 직업의 분들이 수필을 쓰시니 더 생생하고 재미있다.

(내 말이 언제나 흉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조심 글조심하자고 북토크에서 했는데......)

소설이 재미있을 때가 더 많다. 수필은 솔직하고 유익하다.


그럼 김호연 작가의 소설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일단 제목을 정한다.

그리고 줄거리를 쓴다.

이것에 돛대라고 생각하고

항해를 시작한다.

이번 소설에서는 노숙자를 직접 체험하신 건 아니고 책을 많이 읽으셨단다.

싸인을 받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난 세상은 참 넓고도 좁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난 글쓰기를 즐기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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