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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크티 라떼 Feb 19. 2023

초딩의 설거지

감사의 순간 


"엄마, 오늘은 내가 설거지하고 싶어."

초딩아들이 설거지를 한다. 

우당탕탕탕 소리가 요란하고 싱크대 앞에서 폭포소리가 난다.

어제 새벽 나는 응급실에 다녀왔다.

작년에 꿰맨 곳이 다시 터지면서 조금 진물이 나오는가 싶더니

자려고 누웠는데 옷이 적셔져 있다.

무섭고 떨렸지만 병원에 가기 전에 행거에 있는 옷을 정리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렸다.

만약에 '병원에서 입원이라도 하라고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응급실에 누워서 의사가 오기를 기다리고

간호사들이 찔러대는 주사를 가만히 참고 있으니 

몇 시간 전의 내 모습이 생각이 났다.


아이들에게 늘 '자기가 할 일은 스스로 해야지' 하며 잔소리를 하고

청소기를 윙윙 돌리며 '이거는 왜 안 치웠니''저거는 왜 버려뒀니'

'숙제는 했니' 하며 잔소리를 한 내 모습이 바보 같았다.

다행히 새벽 4시쯤 아이처럼 앳되보이는 의사가 와서 응급처치를 해줬다.

사람들의 분주한 움직임 밤도 낮처럼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친절하고 따뜻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지만 어찌 됐거나 나를 살렸다.

의사나 간호사도 사람인데 캄캄한 밤에 졸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고단함도 잊은 채 자신의 자리에서 성실히 일하고 있는 분들에게 감사했다. 

나는 밴드알레르기가 심한데 밴드를 꼭 부치고 있고 대신 항히스타민제를 먹으라는

참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비록 하고 갔지만,

밴드 알레르기 때문에 며칠 고생해야 했지만  

이 새벽에, 꼭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나를 도와줬으므로 용서가 되었다.

'이제 살았다! 다시 집으로 갈 수 있다!'라고

생각을 하니 모든 게 감사했다.

집으로 와서 누워있으니

작은 아이가 설거지를 하고 싶다고 한다.

너무나 고마웠다. 그리고 다시는 아프지 않도록 조심하고 조심하리라 다짐한다.

어리석은 엄마를 사랑해 주고 도와줘서 고맙다. 아들아~

아들아! 

나에게 늘 힘이 되어주고 위로가 되어주는

너희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내 목소리도 설거지해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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