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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기 Jan 14. 2019

혼잣말

잠을 이루지 못한 채. 

1. 나의 성격은 불 같다. 물론 매번 그런 건 아니다.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위로가 될 때도 있고, 순한 양처럼 누군가의 충고를 곱씹으며 나의 행동과 태도를 생각해 볼 때도 있다. 나는 호불호가 강한 사람이다. 내 삶은 거의 그렇다 / 그렇지 않다 이렇게 둘로 나뉠 때가 많다. 이런 내가 요즘 바라는 사랑은, 불같이 화를 내는 나에게 이런 나라도 괜찮다며 내 손목 위에 그의 손을 살포시 올리며 나의 터무니없고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나의 감정을 진정시켜 줄 사람. 이런 내가, 아니 이런 내 안에 여린 모습이 있음을 아는 사람. 그래서 조금씩 나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해 주는 사람. 이 모든 게. 이 모든 사랑이 꿈일 것 같아도 그것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며 확신을 주는 사람. 이미 너무 아픈 나를. 너무 두려워하는 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 아픔, 내 삶을 들여다 보아 줄 사람. 참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2. 2013년, 멀리사는 친구에게 받은 소포를 뜯어보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했다. 그때의 그녀가 찍어주었던 나. 나와 그녀의 기억들. 나와 그녀의 추억들. 그리고 그녀가 나를 생각하며 하나씩 만들었을 그 모든 손길들이 내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었던 그녀의 남편과 눈동자가 까만 커다란 멍멍이, 밤에는 별들이 하늘에서 무수히 떨어지고 불빛 하나 없이 조용한 어느 마을에 살고 있는 그녀가 나는 오늘 갑자기 보고 싶었다. 


3.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나와 잘 맞는 사람인지, 내가 다가가도 괜찮을 사람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어쩌다 그 사람을 내 마음에 품게 되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사랑을 시작하는 데 있어 두려운 내게, 작은 바람이 있다면 그도 조금씩 내게로 와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게 나의 욕심일 지라도. 


4.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서 살아보기로 했다. 단, 그게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선에서만. 나는 평소에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다. 누군가 내게 말했다. 나의 여린 모습, 두려워하는 모습은 참 의외라고. 내가 너무 쿨한 사람일 줄 알았다고 했다. 요즘은 쿨하다는 게 꼭 좋은 말 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왠지 이별을 해도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는 사람 같다는 말 같고, 누군가에게 나의 모든 마음을 쏟아 사랑하지 않을 것 같다는 말 같다. 나는 이별을 하면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의 두배로 아파하며, 사랑을 할 땐 나의 모든 것을 다 쏟아낸다. 아주 가끔은 내게도 나의 마음을 통제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으면 한다. 어떠한 순간이든 사랑 앞에선 내가 늘 약자였으니까.


5. 누군가의 생각으로, 누군가의 행동으로 잠을 설치며 사랑하던 나를, 그때를 기다린다. 


6. 나를 꼭 안아주길. 당신이 사랑하는 만큼. 그 생각에 내가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될 만큼. 


7. 사랑을 하고 싶지 않았던 순간에도, 나는 이미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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