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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기 Feb 27. 2019

단순하고도 정확한,

내 마음의 표현. 

지금 내 나이의 누군가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하면 분명 이래서 별로, 저래서 안돼, 남자로서의 매너니 자질이니, 누가 아깝고 과분하고 재고 또 잴게 분명했다. 그래서 4살짜리 꼬마들에게 나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하나같이 똑같은 대답이었다. “사랑해.”라고 말해요. 그중 여자 꼬마 아이는 자기도 좋아하는 정말 멋진 남자애가 있는데 자기한테 눈길조차 주지 않아 조금 속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했다. 정말 좋아하면, 그냥 사랑해 라고 말하면 되는 건데. 그럴게 할 수 있는 나이가 지나서 인 건지, 아니면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알아버린 건지. 괜히 씁쓸했다. 그렇게 말하고 나면 돌아오는 상대방의 반응에 또다시 반응해야 하는 나이가 되어버려서. 그렇게 말하고 나서 상대방이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더라도 내가 받을 상처는 그때 그 순간뿐만이 아닐 거라서. 

단순하다는 그에게 “사랑해”라고 말하고 싶었다. 가장 단순하고도 정확하게 나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말 같아서. 사실 그게 내 마음이니까. 하루 종일 책을 많이 읽었다. 책이라도 읽지 않으면, 그 사람의 생각에 고민만 할 것 같아서. 그리웠고, 보고 싶었고, 안고 싶었고, 눈을 보며 얘기하고 싶었다. 그를 향한 내 마음이 얼마나 큰지. 필름 카메라를 사서 온통 그를 담고 싶었다. 함께 웃는 모습도, 웃긴 모습도, 삐진 모습도, 사랑스러운 모습도 전부 다. 

나는 사랑이 전부인 사람이다. 사랑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여기는 사람이다. 일을 할 때도, 누군가를 섬길 때도, 무엇을 하고 싶을 때도, 그리고 그를 생각하고 만날 때도. 전부 다. 그는 왜 어쩌다 혼자가 좋아졌을까. 어쩌다 둘이 아닌 혼자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에 오게 되었을까. 사랑을 최대한 멀리 여러 각도에서 보려고 한다. 

그에게서 온 답장을 아직 열지 않았다. 물론 어떤 답장이 왔는지 다 보이지만, 누르지 않아 아직 내 문자에는 빨간 동그라미 속 1이란 숫자가 그대로 남아있다. 그가 나에게 문자를, 답장을 해 주었다는 그 설렘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사랑을 하다 보면 불안할 때도 있을 것이다. 힘든 일도 있을 것이고. 단순하고 수동적인 그가 답답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걸 다 감수하고도, 그를 사랑할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가장 순수하고 정확한 아이들의 마음을 믿고 싶다. 좋아하면 “사랑해”라고 말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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