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방송인 노홍철의 빵집에서 이런 글귀를 봤다.
If it is not fun,
why do it?
(재미가 없다면, 해야할 이유가 없다.)
나는 작가라는 꿈을 꾸었던 중학생부터 해야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많이 고민했다.
다르게 말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과 재미 있는 일 사이에서 갈등이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대기업 입사나 사업을 기대했던 건 아니고, 흔히 말하는 '안정적인 직장'이 나에게는 꽤 갈등을 많이 일으킨 선택지였다. 그건 아마도 성공한 작가는 극히 드물고, 그러기까지의 과정이 꽤나 비루하다는 걸 은연 중에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게 아님을 늦게 알았지... 실제로 지금도 둘 다 성공 못함ㅋ
또 노홍철의 청춘페스티벌에서 옛날의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학생에게 노홍철은 이렇게 말했다.
"하고 싶은 걸로 돈을 벌 생각을 해야지!"
?!?!??!?!
그 생각을 못했다!!
물론 그때 들었더라도 글로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 했을 것 같다. 그때 나는 '판타지 소설'만 쓰고 싶었지, 내가 글자를 다루는 일이라면 모두 재밌어 한다는 걸 몰랐다.
여하튼, 노홍철은 그후에 이런 말을 덧붙였다.
이쯤 되니까 노홍철 찬양 같은데... 그건 아니다.
나름대로 생각할 바가 많아서 아래 영상은 한 번쯤 보면 좋겠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내가 재밌어 보일 정도라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맞아.
근데 그게 아니라면 공부해. 그게 맞아."
현실적인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입사 지원과 글쓰기에 고민하고 있던 당시에 저 말을 들었다면, 아마 '역시...'하면서 사람인을 들락거렸을 것 같다. 그리고 만약 지금 나에게 "하고 싶은 거 할까요? 아니면 안정적으로 돈 벌 수 있는 일을 할까요?"라고 묻는다면-
어...
결국 하고 싶은 걸 하게 될 걸요?
나는 지난 몇 년 전까지 항상 갈등이 심했다.
고등학생 때는 문과 VS 이과를 고민했고,
대학생 때는 취업이 잘 되는 학과 VS 하고 싶은 공부를 고민했고(결국 복수전공 함),
취준생 때는 힘들고 돈 많이 주는 회사 VS 돈 적게 주고 일 덜 하는 회사 사이에서 고민했다(둘 다 스트레스 심해서 그만둠+짤림)
하지만 진정으로 원하는 건 따로 있었다.
"글 써서 돈 벌기"
그건 나에게 직업이나 직장이라기 보다는 꿈 같았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도전하기 보다는, 항상 닿을 수 없는 영역으로 남겨두었다.
결국 고민하던 A와 B 둘 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치밀하게 계산했다.
가령, a와 b라는 회사가 있으면 종이에 장단점을 적어 놓고 몇날며칠을 고민했다.
a : 월급 20만 원 더 줌. 출퇴근 30분. 경력이 될지 모르겠음.
b : 월급 더 적음. 출퇴근 20분. 소기업이라서 스트레스는 덜 받을 듯.
이런식으로... 그리고 무려 3년치 계획을 세우며 갈등했었다. 하필? 그때는 청년내일채움공제라는 게 있었는데(2년, 3년 근무하면 기업과 회사에서 지원금을 주는 제도. 약 1천5백만 원, 3천 만원이었다.) 이것 때문에 특히나 갈등이 심했다!! 한 번 입사하면 최소 2년은 꼭 몸을 담고 있어야 했으니까. 해서, 첫 입사한 곳에서는 딱 1년만 일하고 나오려 했다. 퇴직금만 받으면 나오기로!!
실제로 모든 동기가 청내공을 할 때, 나는 임원과... 1:1 면담을 신청해..
청내공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자르지 마셔라- 라는 말을 했다.
...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첫 회사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일은 적성에 맞았지만 그 외 모든 것이 힘들었다." 정도가 되겠다.
고1로 올라가는 시점, 당시에는 적응기간이라고 했던가, 일주일 동안 고등학생의 일과를 보내는 일정이 있었다. 8시 30분에 등교해 자습을 하다가 점심을 먹고, 또 자습을 하다가 저녁을 먹고, 다시 야자를 하는 일과였다. 그 첫 일주일이 지나기 전에 나는 격렬하게 식물을 키우고 싶었다.
중학교와는 달랐다. 그때는 학업 부담도 상대적으로 덜하고, 친한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는 뭐랄까... 정말 갇힌 것 같았다. 챗바퀴 같은 시간 속에서 왜 학교를 감옥이라고 칭하는 짤이 생겨났는지 알게 됐을 정도였다. 그래서 식물이든 뭐가 됐든 나는 숨 쉬는 생물이 필요했었다.
다시 돌아와서, 첫 회사에서 하게 된 일은 좋았다. 결과적으로 내가 프리랜서 생활을 하게 해준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회사 생활은 정말 힘들었다. 함께 일했던 동기들도 또래 여자였고 모두 성격이 좋았고, 딱히 꼰대 문화도 없었지만 회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누구도 그런 말은 한 적이 없지만, 화장실 자주 가는 것마저도 눈치가 보이는 게 바로 회사... ㅠㅠ
모든 직장인이 그렇겠지만. 똑같은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특히 취약한 사람이 있는 반면 무던히 견뎌내는 사람이 있다. 내 경우에는 '월급이 따박따박 나오지만 9시간 내내 눈치를 봐야하는 회사'가 '혼자 일할 수 있지만 알아서 일감을 찾아오고 협상해야 하는 프리랜서'보다 더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나는 회사원을 존경한다. 정말로...
여하튼, 그곳에서 근무하던 동안 맡았던 일은 교재 개발이었다. 신문 기사를 바탕으로 글감을 정리하고 학생의 수준에 맞게 각색, 문제를 내는 일이었는데... 이게 참 재밌었다. 그때도 그 일을 사랑했고 지금도 이 일을 사랑한다. 그게 아니었다면 박봉과 2시간 통근시간을 버티지 못했을 거다.
그리고 마침내 1년 후. 나는 퇴사했고, 꿈보다는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고 안정적인 일을 찾아 나섰다. 자세히 말해보자면, 최저 시급보다는 많이 받을 수 있으며 경력을 쌓을 수 있는 혹은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찾을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하려 했다. 실제로 찾았다. 하지만 ^^한 사정으로 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