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대본 쓰는 법_[좋댓구알을 받는 대본에는 공식이 있다]
컨셉은 콘텐츠의 첫인상이자, 채널 전체 분위기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컨셉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대부분 클라이언트는 레퍼런스를 주면서 “이런 느낌으로 작성해 주세요”라고 말한다. 대본에 있는 것은 활자뿐. 작가가 구조와 어투, 흐름을 모두 설계할 수 있지만, 그 대본을 실제로 잘 살릴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그 유튜버의 톤과 어울리는지, 연기나 진행에 어색함은 없는지, 시청자 입장에서 자연스럽다고 느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많은 초보 크리에이터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은, ‘어떤 컨셉으로 나갈까?’라는 고민만 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모든 기준은 자신의 취향이 된다. 선망하는 채널을 따라 하거나, 구독 중인 영상과 유사한 스타일을 파고들게 된다. 본인은 그 채널이 유익했고 재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십 개의 레퍼런스를 뒤져보기보다, 차라리 영상 하나를 직접 찍고 편집해 보는 편이 낫다. 단 한 편만 만들어봐도, 그 레퍼런스가 자신과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지 금세 깨닫게 될 것이다.
참고한 영상은 그 유튜버에게 어울리는 것이고, 실제로 고민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어떤 컨셉이든 나와 어울리지 않으면 결국 어색해진다. 물론, 표정이나 옷차림은 얼마든지 수정해서 맞출 수 있다. 장난기 많은 사람도 정장을 입혀 놓고 보수적인 말투를 구사하면 웬만한 시사 채널을 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반대는 어떨까? 위트와 센스가 있고 통통 튀는 매력이 있는 사람이 괜히 진지한 척, 낮은 톤에 느릿느릿 말하면? 그 사람의 매력이 모두 죽어버린다. 굳이 인기가 많다는 이유 때문에 나와 맞지 않는 채널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그 채널의 컨셉은 그 유튜버라서 통하는 것이다.
초반에는 벤치마킹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수월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이상향을 흉내 내봤자 결국 나답지 않아서 어색해진다. 재미도 없고,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도 못 하게 된다.
앞서 다른 챕터에서 개선 방법을 설명하기는 했지만, 사실 발음이나 목소리 같은 요소는 쉽게 바꾸기 어렵다. 무엇보다, 사람에게는 고유의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 그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컨셉이 가장 자연스럽고 지속 가능하다.
예를 들어, 확신의 아나운서 상이라면(묵직하고 단정한 톤 등)정보 전달형·취조 형식의 콘텐츠가 어울릴 수 있고, 본인 자체가 캐주얼하고 개그 욕심이 있다면, 친근하고 가벼운 형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장점을 더 어필할 방법이 있다면 굳이 남을 따라 할 필요는 없다.
이때, 컨셉에 관한 판단은 스스로 하는 것보다는 주변 사람의 피드백을 듣는 것이 더 정확하다. 촬영에 몰입한 본인은 전체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남의 말이 때로 가장 객관적이다.
자, 여기서 한 가지 재밌는 이야기를 해보자.
이 페이지까지 읽으면서 작가인 나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건방지다.’
‘그래도 잘 쓰기는 하나 보네?’
맞다. 일부러 그렇게 보이도록 썼다.
만약 이런 말투로 작성했으면 어땠을까?
‘수정 전에는 ~~했는데, 저는 ~~고쳤어요. 조금 더 간결한 느낌이지 않나요?^^’
‘이처럼, 후킹을 넣어주면 이탈률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어요!’
클라이언트와 상담할 때도 마찬가지다.
‘주제와 분량은 결정해 주셔야 합니다. 레퍼런스와 현재 운영 중인 채널이 있으시다면, 공유 부탁드립니다. 톤앤매너를 참고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입니다.’
-라고 설명하지 않고,
‘주제나 분량 같은 것도 부탁드려요! 혹시 참고할만한 영상이나 채널 있으시면 보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톤앤매너를 파악하는 데 필요할 것 같아서요~^^’
-라고 안내하면 어떨까?
분명 더 친절해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믿음직한가?’를 따져보면, 그 힘은 약했을 거다. 대본을 잘 쓴다는 인상, 전문성의 느낌은 적었을 것이다.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해 보이는 사람도 당연히 있다. 하지만 텍스트만으로 그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나는 비교적 쉬운 컨셉을 선택해서 이 책을 집필했는데, 실제 성격은 아주 다르다. 이렇게 단호한 말투를 구사하지도 않고 굉장히 소심하고 간도 작고 확정적인 말보다는 열린 문장으로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며 다소 4차원적인 그런 인간이다...
어쨌든, 그만큼 컨셉은 전달력과 신뢰감을 결정짓는 장치다. 나 또한 다른 곳에서는 소비자이지만, 돈을 쓰는 사람의 심리는 비슷한 것 같다. 서비스는 친절한 사람에게 받고 싶어도, 돈이 오고 가는 거래를 할 때는 싸가지가 없어도 일을 잘하는 사람과 계약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거만함과 당당함은 다르다. 나 또한 경력이 없던 신입 시절에는 친절히 상담도 오래 하고 A/S도 끝없이 해줬다. 하지만 경력이 쌓이고 요령이 생기고, 다른 업자들도 그렇듯 일이 뻔해진다. 그러다 보면, 클라이언트의 성향과 미리 파악해야 할 점들, 주의를 줘야 할 것들이 눈에 보인다. 동시에 기존의 단골 + 신규 고객이 생기면서 작업량은 늘 많다. 그래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말은 간결해진다. 장사가 잘되는 곳에서는 굳이 영업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는다.
식당을 예로 들면, 상시 할인을 하거나 앞에 나와서 호객 행위를 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손님이 없다는 뜻이 된다. 왜 손님이 없겠는가? 장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혹은 맛이 없거나 둘 중 하나다. 물론 맛이 있는데도 손님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확률을 따지자면 그렇다.
반대로, 소문난 맛집은 자리도 협소한데 늘릴 생각을 안 한다. 심지어 브레이크타임도 있고, 재료가 소진되면 문을 닫아 버린다. 이것 또한 모두 그렇다는 건 절대 아니다. 작가 중에도 작업이 많아서 바쁜데도 늘 친절하게 응대하고 단가를 올리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 건방지게 말하면 거만해 보이지만, 실력이 있는 전문가가 솔직하게 말하면 그건 당당함이 된다. 제작자도 마찬가지다. 초보 유튜버일수록 괜히 처음부터 전문가인 척, 이미 100만 유튜버인 척 연기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연습부터 하는 게 좋다. 진짜 ‘전문가’라는 타이틀은 결국 시간이 만들어준다.
그렇지 않고 본인을 꾸며내면 구독자는 바로 알아챈다. ‘얜 뭔데 자꾸 있는 척하는데?’ 하고. 그러니까, 일단 촬영을 여러 번 해본 후에 내 톤에 맞는 컨셉을 찾아가는 게 순서다. 특히 살림 채널, 브이로그, 일상 콘텐츠처럼 친근함이 무기인 채널이라면 애초에 그런 ‘세 보이는’ 컨셉은 필요 없다. 오히려 자연스럽고 정 많은 말투가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컨셉은 전략이지만, 그것은 맞춤 전략이어야 한다. 나와 맞아떨어질 때, 시청자도 그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니 레퍼런스를 10개, 20개씩 찾을 필요는 전혀 없다. 그 시간에 그냥 딱 한 번만이라도 내가 말하고 싶은 주제를 편하게 말해보고, 편하게 찍어보는 게 좋다. 그게 가장 오래 가고, 덜 지치는 방법이다.
-유튜브 대본 쓰는 법 [좋댓구알을 받는 대본에는 공식이 있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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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작가와 유튜버를 위한 '대본 작법서'
소설 작가가 직접 부딪히며 깨달았다. 영상에서는 '필력'이 아닌, '진행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