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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션을 뒤집는 대본 작법

법치도

by 후리랜서 작가



이력서나 글을 좀 써본 사람이라면, ‘기승전결이 아닌, 결기승전으로 써라’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발표를 잘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결론을 가장 먼저 던진다는 것이다. 그것도, 자극적이고 귀에 딱 꽂히는 말로.

유튜브 대본도 똑같다. 위의 예시에서 수정 전의 대본은 서사를 쌓고 있다. 분위기를 잡는답시고 주절주절 떠들면 시청자에게 예측할 여지를 주게 되고, 뒤에서 어떤 내용이 나올지 뻔히 아니까 결국 스킵 혹은 이탈하게 된다.

유튜버가 예측가능한 이야기하는 동안 시청자는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시청자는 ‘나도 아는 내용인데.’, ‘알겠으니까 빨리 썸네일 내용이나 말하라고.’, ‘그냥 쇼츠로 볼란다.’-라는 의식의 과정을 거치며 이탈한다.

그래서 필요한 게 바로 도치법이다. 국어 시간에 들어봤을 텐데, 도치법은 결론부터 던지고 보는 화법이다. 그 후에 왜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 보완설명을 붙인다. 이 순서 하나만 바꿔도 영상의 텐션이 확 달라진다.




수정 전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가는 핵심 산업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반도체 시장을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실제로도 국제 반도체 시장의 규모는 한화 약 677조 원에 달할 정도로 매우 큽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주목받을 만한 산업이죠.
그런데, 이 반도체 시장보다 무려 3배나 더 큰 시장 규모를 가진 산업이 있습니다.
바로, 2021년 기준 1,814조 원 규모의 제약바이오 산업입니다.
그리고 이 산업이야말로,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대표적인 미래 성장 섹터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수정 후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제약바이오 산업!
(이 영상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 즉, 문단의 요지는 이 문장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가는 핵심 섹터가 반도체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국제 반도체 시장의 규모는 한화 약 677조 원으로, 상당한 가치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보다 무려 3배나 큰 시장 규모를 자랑하는 산업 분야가 따로 있는데요.
그것이 바로, 1,814조 원의 제약시장입니다.




도치는 문장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문단에서도 나타난다. 영상에서 말하려는 것은 ‘제약바이오 산업이 반도체 산업보다 크다’라는 것이므로, 첫 문장에서 일단 던지고 봐야 한다. 도치는 일종의 낚시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영상이 ‘일반적인 상식과 반대되는 내용’일수록 효과적이다.

결론을 앞에 던진 후, 그 이유를 주절주절 풀어주거나 보완해서 설명했을 때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첫 문장부터 집중하게 만든다. 영상이 시작되고 ‘계속 볼까 말까’가 5초 만에 판가름 나는 유튜브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둘째, 시청자가 스스로 의심하게 만든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반도체만큼 크겠냐?’라는 부정적인 감정이라도 괜찮다. 오히려 좋다. 이미 영상에 관심을 가졌다는 뜻이니까.

의심은 ‘관심’의 가장 솔직한 형태다. 그다음 설명을 들으면서 ‘진짠가?’, ‘의외네’ 하고 납득하게 되면, 신뢰는 배가 된다.


이게 바로 도치를 활용한 문단의 힘이다. 첫 문장으로 호기심을 유발하고, 다음 설명으로 납득시키고, 마지막에는 ‘아, 그렇구나’하고 인정하게 만드는 흐름이다.





그런데 도치법이 가장 효과적인 분야는 따로 있다.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좋댓구알을 받는 대본에는 공식이 있다] 中

https://airbridge.tumblbug.com/sunfc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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