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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고 싶으면 작가하지 마세요

by 후리랜서 작가


작가


라는 단어에는 빈곤한 냄새가 있다. 속세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그런지 유달리 직업이 작가라고 하면, 수입을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다. 대놓고 묻지 못하더라도 '몇 권이나 팔리냐', '그럼 다른 일은 안 하고 글만 쓰는 거냐' 등의 파생 질문이 뒤따라온다.




쉽게 말해, '그게 돈이 되냐'라는 거지.




현재 전업 작가 중에서 '돈을 벌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뛰어든 사람은 없을 거다.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소위 말하는 '사'자가 붙는 전문직이나 사업을 쉽게 떠올리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서 떼돈을 벌자!' 는 방법을 선뜻 택하지 않는다. 그만큼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확률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작가로서 먹고살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은 어폐가 있다.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작가의 길은 가난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데, 조개껍데기를 주우려면 바닷가로 가야지, 왜 산에서 찾느냐 이 말이다...........ㅠㅠ



돈을 벌고 싶으면 작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 힘들다. 어렵다는 뜻도 되지만, 본인이 괴롭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돈을 벌겠다는 목표로 글을 쓰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얼마를 벌든지 간에.



왜냐면, 가성비가 최악이기 때문이다.... ^^

최저시급과 비교할 수조차 없다.




웹소설을 예로 들어, 공백포함 5만 자의 단행본을 썼다고 치자.

집필 시간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최대한 빨리 써서 약 15시간이 걸린다고 가정해 보자.

(5천 자 당 1시간 30분이 소요될 때.

물론, 쉬지 않고 15시간을 집중해서 쓰기는 어렵다. 글을 쓰다 막히기도 하고, 체력이 떨어지기도 하니까. 현실적으로는 2~3일 정도 소요된다. 이것 역시 전업 작가의 경우다.)



이후 집필이 끝나면 시놉시스를 또 쓰고, 출판사에 읍소한다. 여기서 또 시일이 걸린다. 한 번에 여러 출판사에 뿌려도 대부분 2주 정도 검토 후 계약 의사를 밝힌다.(일반 소설의 경우엔 2달도 걸린다)



어렵사리 출판사와 계약까지 했다고 치고, 맞춤법을 교정해야 하는데 이 시간이 또 2주 이상 걸린다. 그후엔? 플랫폼(교보, 알라딘 등)에 어떤 페이지, 어떤 배너에 내 책을 걸어서 광고해 줄 것인가-를 심사 받는다. 보통 교정과 동시에 진행되는데, 5만 자는 분량이 아주 적은 편이지만, 출간되기까지 통상적으로 1-2달이 걸린다.



내가 1월에 집필을 끝냈어도 책은 3월에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15시간 써서 한 권이 나온다고 계산해서는 안 되고, 2달에 한 권이 나온다고 봐야 한다. 뭐, 2달 동안 다른 책을 계속 쓰긴 하겠지만.



어렵사리 심사도 받았고 출간 일자도 정해졌다.

드디어 출판일!

한 권당 가격은 얼마일까?

두구두구두구 -




대략 2천 원이다.



책이 팔리면 내가 2천 원을 다 먹느냐?

어림도 없쥬? >.<


만약 독자가 1권 구매하면, 플랫폼이 일부(30~50%)를 떼가고, 거기에서 출판사가 또 가져간다(10~40%) 이래저래 계산해 보면 1권이 팔렸을 때 내 손에 떨어지는 건 600원~1200원 정도다. (세금 제외)



투자 시간 : 2달

수입 : (600~1200)*n권

입금이 바로 되는 것도 않는다. 정산 받으려면 2달이 걸린다.

즉, 1월에 쓴 책에 대한 수입이 5월에 들어오는 것!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책이 너무 싸다!ㅡ는 것이 아니다.

집필을 하기 전에도, 하는 도중에도, 한 후에도, 심지어 출간된 후에도!

'이 책이 얼마나 팔릴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요지다.



다시 말해, 작가는 이 책이 얼마나 돈이 되는지 모르면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희망과 기대를 갖고 실망하고, 이따금 보상도 받고, 다시 15시간, 150시간, 150일, 어쩌면 15년!!

아득하고, 그래서 무서운 일이다.



이토록 불확실한 일을 '돈을 벌기 위해서' 시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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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레절레..........

제풀에 지쳐서 불안에 잠식될 거다.

태생적으로 수입에 연연하지 않는 성격이라면 또 몰라.




돈을 '확실히' 벌고 싶으면, 투자와 결과 역시 '확실한' 일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시간을 투자하면 돈이 나오는 노동을 하는 것이 맞다. "노력=수입"이 성립되는 공식. 얼마나 정직한가! ㅠㅠ


작가라는 직종(개인적으로 직업이라 생각하지 않지만)은 그것과는 다르다. 오래 한다고, 경력이 많다고 승진시켜주는 것도 없다. 자영업자처럼 천장도 없고 바닥도 없다.



그럼 작가가 되려면 돈을 다 포기해야 하는 걸까?

돈을 못 벌 각오를 해야 하는 걸까?



솔직히 말하면, 그럼 좋다 ㅋㅋ

달관할수록 정신 건강에 이롭다. 물론 뭐, 가난조차도 영감이 되고 작품이 될 수도 있겠지만.



모든 일은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 대기업, 공기업에 도전하는 취준생은 '만약 올해도 취직을 못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할 텐데, '정 안되면 중소기업에라도 들어가야지'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로서 먹고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의 끝에는, '정 안되면~'이라는 대책이 필요하다.




정 못 벌면, 투잡을 뛰어야지.
정 못 벌면, 딱 5년만 해봐야지.
정 못 벌면, 다른 일을 해야지.



각오ㅡ라고 하긴 거창하고,

이 정도의 예방 주사는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금 글을 쓰는 모든 작가가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의 불확실성을 무릎쓰고, 작가가 되었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와서,

"글 써서 밥 벌어 먹고살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것은,

창작으로 쉽게 생계를 꾸릴 수 없다는 걸 이미 알면서도,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겠지.

그 마음만 확실하다면야, 변수와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창작의 길에서도 자신만의 문장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

그럼 잘나가는 작가 빼고는 다 가난한 수밖에 없느냐!!!ㅡ라고 할 수 있는데, 당연히 그런 것도 아니다. 에이...... 세상에 돈을 벌 방법이 얼마나 많은데. 작가 역시 다각화할 수 있다.


작가는 한 가지 소재를 집요하게 분석하면서 세계를 끊임없이 깊게 파고드는데,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집필을 끝낸 후가 더 중요하다. 책을 홍보하고, 글 쓰는 것 자체를 사업적인 시선으로 보면 충분히 확장할 수 있다.


이건 다음 포스팅에 써봐야징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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