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부고

저는 이제 할아버지가 없습니다.

by 꿈을 꾸는 사람

일요일의 이른 아침이었다. 휴일의 단잠을 방해받지 않겠다는 심산으로 무음으로 돌려놓은 휴대폰에는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와 카톡 메시지가 와 있었다. 부재중 전화를 확인한 순간 직감했던 어두운 예감은 어김없이 들어맞았다. 할아버지의 부고였다.


가족 중 어느 누구도 할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생면부지인 낯선 사람들만 있는 요양병원의 병실에서 외롭고 쓸쓸하게 당신의 생을 마감하셨다. 할아버지께서 당신의 마지막 순간에 느끼셨을 외로움과 쓸쓸함을 남아있는 나는 감히 짐작할 수 없었다.


침착하게, 아니 침착해야 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서둘러 짐을 쌌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장례가 치러질 장례식장에 도착하여 영정사진 속 할아버지를 다시 뵈었다. 생전 계시던 요양병원을 자주 찾아뵙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손녀를 용서하신다는 듯 인자하고 너그러운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계셨지만, 할아버지를 영정 사진으로 마주하게 된 나의 죄송스러운 마음은 결코 덜어지지 않았다.


생전, 지퍼도 이미 그 기능을 잃은 지 언제인지도 모를 낡아빠진 바지를 입고 계시던 할아버지는 한껏 쪼그라든 육신으로 옛날 왕족이 죽었을 때 입었다던 화려한 수의를 입으셨다.

요양병원에 입원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코로 음식을 넣어 억지로 생명을 유지했던 할아버지는 영정사진 속에서 윤기가 도는 흰쌀밥과 떡, 정갈하게 구워진 고기 산적을 드셨다.


무슨 소용인가...

죽어서 입는 화려한 왕족의 수의와, 죽어서 먹는 정갈한 음식이 죽은 사람에게는 무슨 소용인가 말이다. 그저 남아있는 자식들의 마지막 효도이자, 못난 자식들 스스로의 위안일까?


나는 이제 이 세상에 할아버지가 없다.

할아버지는 내게 "이 세상에 계실 때 부모에게 효도하라"는 깨우침을 주시고 이 세상을 떠나셨다. 생전 뵐 때마다 예절과 예의를 가르쳐주신 할아버지는 마지막 가실 때도 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셨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할아버지!

먼저 가신 할머니와 행복하고 평안하게 지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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