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유발자들 5
명절만 되면 생각나는
이야기들이 있다.
수세기가 지났음에도
끊이질 않는,
때가 되면 찾아오는 갈등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명절 기간동안 가정폭력과 같은
신고건수가 40% 증가하며
명절 후 이혼율 또한
평소보다 10% 이상 높다고 한다.
사람들은
‘요즘에 그런 사람들이 어디있냐’며
고개를 흔드는 사람도 있지만,
여전히 주변에 흔한 것이 명절 갈등이다.
내가 알고 지내던 지인은
눈물을 글썽이며 명절 때 속상한 일을
내게 털어놓았다.
지인의 부모님은 결혼 후 매번
사돈에게 예의를 갖춘다며 명절 때마다
시댁에 선물을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지인의 시댁에서는
멀쩡히 선물을 받고나서도
답례선물을 보내기는커녕
매번 감사인사조차 없었다는 사실.
그 이야기를 하는 지인의 표정은
재난을 만난 것처럼 황망해보였다.
이는 자신의 부모뿐 아니라
지인의 부부까지도 존중하지 않는 태도였다.
앞으로는 부모님께도
사돈에게 선물을 보내지 말라고
말씀드릴 거라고 말하는 지인의 눈물을 보며
속이 몹시 쓰렸다.
사실, 지인이 결혼 초에
곤란한 얼굴로 날 찾아왔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녀가 결혼한 후
처음 맞이하는 명절이었다.
지인의 시부모님은
명절 전날과 당일, 다음날까지 포함해
패키지여행 예약을 잡은 후
이를 통보식으로 자녀들에게 전했다고 했다.
새로운 가족이 들어온 만큼
명절을 더 뜻깊게 보내고 싶으셨던 듯 하다.
그러나
문제는 지인 부부가 맞이하는 첫 명절이었고,
시부모님이 사전에 상의도 없이
명절 다음날까지 여행 일정을
예약해버린 것이 갈등의 원인이었다.
원래 결혼 후 맞이하는 첫 명절은
양가 부모에게 인사를 드리는 것이
예의이자, 전통이기도 하다.
지인은 당연히 자신의 부모에게도
인사를 드리러 가고 싶었고,
일방적으로 일정을 통보받는 상황이 불편했지만
시부모님과 원만하게 해결을 하려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함께 가기로한
남편의 형님 부부가
임신 중이라 패키지여행까지
가는 것은 무리라고 전했고,
이 소식을 들은 남편은,
자신들도 양가에 인사를 드리는 게 마땅하니
여행을 취소하는 게 어떻냐고
부모님께 여쭸다.
여행은 마침내 취소되었지만,
돌아온 불호령은 당황스러웠다.
‘한 사람 때문에 여행을 취소하게 되었다’는
비난이 돌아온 것이었다.
그 한사람은 다름 아닌 내 지인,
그들의 며느리였다.
지인이 동의했다면 남편의 형님네가 빠지고라도
여행을 갈 수 있었을 텐데,
지인이 사돈댁에 가야된다는 이유로
못가게 되었다는 논리였다.
새롭게 생긴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정을 붙이고 지내보려던 사람도,
이런 일을 겪고 나면
이 무리에서 이탈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요즘 AI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그럼에도 인간은
수세기 전부터 있었던 갈등 하나도
제대로 해결을 못하는 걸 보면,
가끔 인간이 더 하등한 존재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람의 마음그릇은 커질 수 없는 걸까.
이번 명절에는 부디
모두가 소중한 연휴를
기분 좋게 보낼 수 있기를.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이탈하기로 결심하는 이가 없기를
소망해본다.
*이 글을 보는 분들! 즐거운 설 연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