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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는 어렵겠다는 동행인의 의견

낮잠은 필수 개인 활동은 자제

by 오주황


바다를 횡단한 다던 기차는 정말 빨랐다. 졸렸지만 잠에 들면 파리에 도착할 때까지 깨어나지 못할 것 같아 창 밖을 봤다. 엄마는 영국의 목초지를 보면서 잠이 들어서 파리의 그라피티를 보면서 잠에서 깨어났다.(엄마는 앉기만 하면 잤다.) 상쾌하게 일어난 엄마가 파리에 도착했냐면서 좋은 잠이었다고 일러줬다. 파리 북역에 도착해서 일단 까르네를 10장 샀다.(영국에서는 오이스터 카드를 쓰지만 파리는 까르네라고 하는 일회용 티켓을 사용합니다.)


20200911.jpg 엄마와 함께 런던에서 파리로 이동했던 유로스타 자리를 사진으로 남겼다.


웅장했던 세인트 판크라스 역은 금방 잊혔다. 파리는 소매치기가 횡횡한다고 했다. 먼저 여행을 갔던 친구는 파리에서 소매치기를 당할 뻔했다고 톡으로 소식을 전했다. 메신저 백에 땀이 밴 까르네를 2개만 남기고 넣었다. 지하철은 위생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이래서 우리나라 지하철이 좋은 편이라고 하는구나 생각했다. 영국에서 경험한 튜브와 파리의 지하철을 타보니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영국에서 프랑스로 넘어오는데 몇 시간 걸리지 않았는데 땀이 났다. 긴장해서 손에 땀이 나는 건 줄 알았더니 그것도 있었지만 그저 더웠다. 발가락이 더는 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런던에서 양말도 샀는데 파리는 반팔을 입어야 할 것 같은 날씨였다.


거리로 나오니 지하철에서보다는 긴장이 덜해졌다. 더운 날씨에 후드를 입고 있는 관광객을 파리 사람들은 궁금해하지 않았다. 파리 숙소를 런던보다 더 저렴하게 예약했는데 훨씬 좋았다. 엘리베이터도 있었고 객실도 넓었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엘리베이터는 도착 시에 <띵> 소리가 난다면 유럽의 엘리베이터는 <도얼스 오픈>이라고 말해주었다. 우리나라에도 <문이 열립니다>라는 소리 내는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유럽을 생각하면 그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기계음이 많이 섞인 <도얼스 오픈>.


한국에서 가져왔던 햇반과 고추장이 빠르게 바닥을 보였다. 영국에서 생각보다 많이 먹었던 탓이었다. 런던은 한국음식을 파는 곳도 드물었다. 반면 파리는 달랐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국음식 파는 슈퍼마켓이 있었다. 폴 빵집에서 먹었던 샌드위치가 소화되고 이번에는 고추장에 참기름을 먹고 싶었다.


엄마와 나는 슈퍼마켓을 구경하는 걸 좋아했다. 새로운 과자를 먹어봤고 그중에 재미 들린 기계가 있었다. 오렌지를 넣으면 착츱 되는 기계였다. 나는 현지인이 사용하는 걸 두 번이나 구경한 후에 시도할 수 있었다. 파리에 있을 동안 우리는 세 번의 착츱을 했고 다논의 요거트를 사고 납작 복숭아를 자주 사 먹었다. 아침 식사는 다논의 요커트가 될 만큼 나와 잘 맞았다. 마들렌 과자도 마음에 들었다.


20200911_2.jpg 아침으로 자주 먹었던 다논의 블루베리 요거트와 착즙 한 오렌지가 호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빠질 수 없는 것은 루브르에서 멀지 않은 한인 슈퍼마켓이다. 햇반, 라면은 물론이고 밀 키트처럼 떡볶이를 해 먹을 수 있게 팔았다. 잡채도 김밥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현지인의 방문이 많았다. 슈퍼마켓을 찾아 헤매고 있을 때 프랑스 사람이 김밥을 서서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여기 근처에 슈퍼마켓이 있다는 확신을 가졌었다. 현지인들이 한식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슈퍼마켓에서는 한국말이 자주 들렸다.(타지에서 익숙한 언어가 들리는 것이 안정감을 주었다.) 우리는 다 먹은 컵라면도 샀고 참기름도 샀다. 컵밥(비빔밥으로 선택했다.)은 신의 한 수였다.


우리는 재빠르게 런던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규칙을 세웠다. 엄마는 이렇게는 여행이 어렵겠다고 말했다. 요구사항은 명쾌했다. 낮잠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낮잠을 잘 수 없다면 여행 속도를 늦추고 숙소로 이른 복귀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고 개인 활동을 제체 할 것을 요청했다. 그렇게 새로운 규칙이 생겼다. 따라서 바로 적용된 규칙은 이후 일정을 모두를 다음으로 미루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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