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애착품
내가 5살 무렵부터였을까
잠을 잘 때 매일 품에 안고, 만지면서 자는 이불이 있었다.
그 이불의 감촉은 까칠까칠한 재질이었지만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비비는 느낌이 너무 좋아
품에서 놓질 못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덥거나 춥거나
상관없이 사계절 내내
그 이불과 함께 잠을 청했다.
이불을 너무 만져서
군데군데 구멍이 나
실로 꼬매기를 몇 번..
결국은 엄마가 이불을 베개 모양으로 접어
만들어 주시기 까지 했다.
어렸을 적 사진을 보면
그 이불과 함께 찍은 사진이 종종 있다.
엄마가 그 이불을 빤다고 할 때 싫다며 투정도 많이 부렸었다.
그 이불에서는 나만의 냄새가 있었는데,
이불을 빨면 그 이불에서 내 채취가 사라지고,
실들이 빳빳하게 저버리는 게 싫었다.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그 이불이 있어야 잠을 잘 수 있었고,
엄마는 그런 내 모습이 싫으셨는지
나 몰래 그 이불을 버리셨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이불 없이는 잠을 자지 않겠다고 소리쳤지만
웃기게도 이불이 없는 삶에 금방 익숙해졌다.
어렸을 적에는 내가 좋아하는 이불과 함께 누워 눈만 붙이면 바로 잠들었다.
그 이불과 함께라서 잠이 잘 오는 줄 알았는데,
어렸을 적에는 잡생각들이 없어서 잠을 잘 잤던 것 같다.
지금은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돌아다녀서
잠을 잘 때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안 좋은 일이 있거나 골치 아픈 일들이 있을 때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인디언들에게는 베개 밑에 인형을 놓고 자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머리맡에 인형을 두고 그 인형에게 걱정거리를 이야기하면
인형이 내 걱정거리를 다 가져간다고 해서 '걱정인형'이라는 귀여운 이름도 있다.
걱정쟁이이인 나는
영국 신혼여행 때 사온 병정 인형에게 마음속으로 속상하고, 골치 아픈 일들을 이야기하고
머리맡에 놓고 잔 적이 있었다.
그러면 괜히 맘이 편안해지고,
걱정이 사라지는 기분도 들었다.
한동안 걱정인형을 멀리했는데
오늘 다시 걱정인형을 내 머리맡에 두고
내 걱정거리를 조곤조곤 이야기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