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과 이야기 #18. 이불

나만의 애착품

by 반백이

내가 5살 무렵부터였을까

잠을 잘 때 매일 품에 안고, 만지면서 자는 이불이 있었다.

그 이불의 감촉은 까칠까칠한 재질이었지만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비비는 느낌이 너무 좋아

품에서 놓질 못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덥거나 춥거나

상관없이 사계절 내내

그 이불과 함께 잠을 청했다.


이불을 너무 만져서

군데군데 구멍이 나

실로 꼬매기를 몇 번..

결국은 엄마가 이불을 베개 모양으로 접어

만들어 주시기 까지 했다.


어렸을 적 사진을 보면

그 이불과 함께 찍은 사진이 종종 있다.


엄마가 그 이불을 빤다고 할 때 싫다며 투정도 많이 부렸었다.

그 이불에서는 나만의 냄새가 있었는데,

이불을 빨면 그 이불에서 내 채취가 사라지고,

실들이 빳빳하게 저버리는 게 싫었다.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그 이불이 있어야 잠을 잘 수 있었고,

엄마는 그런 내 모습이 싫으셨는지

나 몰래 그 이불을 버리셨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이불 없이는 잠을 자지 않겠다고 소리쳤지만

웃기게도 이불이 없는 삶에 금방 익숙해졌다.


어렸을 적에는 내가 좋아하는 이불과 함께 누워 눈만 붙이면 바로 잠들었다.

그 이불과 함께라서 잠이 잘 오는 줄 알았는데,

어렸을 적에는 잡생각들이 없어서 잠을 잘 잤던 것 같다.

지금은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돌아다녀서

잠을 잘 때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안 좋은 일이 있거나 골치 아픈 일들이 있을 때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인디언들에게는 베개 밑에 인형을 놓고 자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머리맡에 인형을 두고 그 인형에게 걱정거리를 이야기하면

인형이 내 걱정거리를 다 가져간다고 해서 '걱정인형'이라는 귀여운 이름도 있다.

걱정쟁이이인 나는

영국 신혼여행 때 사온 병정 인형에게 마음속으로 속상하고, 골치 아픈 일들을 이야기하고

머리맡에 놓고 잔 적이 있었다.

그러면 괜히 맘이 편안해지고,

걱정이 사라지는 기분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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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걱정인형을 멀리했는데

오늘 다시 걱정인형을 내 머리맡에 두고

내 걱정거리를 조곤조곤 이야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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