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과 이야기 #4. 냉장고 자석

여행의 즐거움

by 반백이

우리 집 냉장고의 한 쪽에는 세계 각국에서 사 온 자석들이 한 가득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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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그 여행을 계획하는 순간부터 시작해서

여행을 기억하는 날까지 계속되는 것 같다.

난 지금도 하루에 몇 개국을 여행 중인지 모른다.

어떤 향기를 맡으면 여행지에서의 어느 거리가,

어떤 음식을 먹으면 여행지에서의 어느 음식점이,

뭉게구름 떠 있는 하늘을 보면 그 날의 감동이,

기분이 우울한 날에는 사진첩을 보며 추억을 떠올린다.


여행의 즐거움을 알게 된 건 남편과 결혼하고나서부터.

우리는 신혼여행으로 유럽여행 2주를 다녀왔다.

둘 다 회사원으로서 2주 휴가를 내기란 여간 눈치 보이는 게 아니었지만,

평생 한 번뿐인 신혼여행에 둘 다 처음 가는 유럽여행이었기 때문에 큰 맘먹고 결정했다.


2주 동안 스위스, 영국, 프랑스를 여행하면서

적지 않은 충격에 빠졌다.

유럽의 문화, 건축물, 음식, 생활 등등 등

다들 왜 그렇게 유럽으로 배낭을 메고 달려갔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내 대학시절에 조금 미안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2주 동안의 유럽여행을 다녀와서

여행이 주는 즐거움에 푹 빠진 우리는

매년 여름휴가에 유럽으로 떠났고,

틈틈이 아시아권 여행도 다녀왔다.

결혼한지 만 3년이 안되는데 그동안 다닌 도시는 14개국 정도.

엄청나게 많은 나라를 여행 다닌 것 같지만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그동안 여행 다닌 나라를 색연필로 칠해보면

미미한 점들처럼 느껴진다.




회사에서 고된 일을 마치고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가끔 마주치는 외국인 여행객들.

그들은 여행을 하고 있다는 설렘에 얼굴 가득 웃음꽃이 피었다.


나에겐 무척이나 지겨운 평범한 일상이

그들에겐 심장 뛰는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하니

나도 하루하루를 여행처럼 살아간다면

매일이 벅찬 하루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길을 잃어도 재미있고,

실수를 해도 관대하고,

어떤 것을 봐도 다 감동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실제 여행도 좋지만,

하루하루 인생여행도 벅찬 마음으로 살아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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