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에 우유팩
지금 우리 집에 있는 냉동실을 열어보면
1리터짜리 우유팩이 한가득이다.
냉동실에 왠 우유팩??
다름 아닌 엄마가 보내준 각종 국들.
멸치 다시마 우려낸 물, 사골국, 갈비탕 등등 등
더운 여름에도 각종 국들을 한솥 끓인 다음
먹기 좋게 우유팩에 1인분씩 포장해서 주신다.
그 언젠가 내가
"나도 엄마랑 국이 식지 않는 거리에 살고 싶어.
부모님이랑 가까이 사는 사람들 보면 너무 부러워."
라는 말을 했던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그 이후로 군산에 갔다 올 때마다
국을 챙겨주기 시작하셨다.
엄마는 내 기억이 존재했던 그 순간부터,
항상 아빠와 언니와 나부터 챙겼고,
내가 사고 싶은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분이셨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한없이 인색하신 분이셨다.
언제부터 엄마는 어른이었던 것일까?
학창 시절 친구들과는 어떤 놀이를 하면서 놀았을까?
엄마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한 남자의 아내, 두 딸의 엄마이기 전에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면서 자랐을 막내딸
나도 잊고 있었다.
엄마도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나처럼 꿈을 가졌던 청년이었다는 사실을...
불같은 사랑을 했다는 사실을...
엄마, 아빠 선물은 고르기 참 힘들다.
"뭐 같고 싶어요?"라고 물어보면
"선물 필요 없어. 너네들이 선물이야."
라는 말씀을 습관처럼 내뱉곤 하신다.
그래서 엄마는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줄 알았다.
'엄마니까.. 엄마는 괜찮아..'
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엄마에 대한 관심을 외면해 버린 건 아닐지 싶다.
유대인들은 '신이 도처에 가 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들었다.'라고 한다.
내 절대적인 존재,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분.

엄마의 사랑은
나를 위해 끓이는 국 만큼이나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