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과 이야기 #8. 택배 상자

택배 3 상자가 5톤 트럭이 되기까지

by 반백이

2004년 2월,

이불 1박스, 옷 1박스, 책 1박스를 고이고이 포장해서

노량진 하숙집으로 보냈다.

그렇게 내 서울살이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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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서울에 처음 올라올 날, 하숙집에서의 첫 날밤이 생각나곤 한다.

그 날 마셨던 서울의 밤공기는 하숙집의 텅 빈 공기처럼 차가웠고

별이 보이지 않던 밤하늘은 더욱 어둡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종종 배달됐던 엄마의 택배 상자.

처음으로 떨어져 살기 시작하면서

엄마도 그때 많이 슬펐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그리운 마음을 담아

종종 택배를 보내왔다.

그 속에는 내가 좋아하는 과자, 과일, 각종 생필품들이 들어있었다.

엄마가 보낸 택배 상자를 보면서 하염없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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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엄마의 택배 상자는

타지에서의 외로운 내 마음을 위로해주었고

하루하루 서울살이에 적응해 갔다.


이제는 서울에서 생활한지 11년 차.

서울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내 짐들은 점점 늘어나서

몇 년 전 신혼집에 내 짐들을 옮길 때 5톤 트럭을 불러야 했다.



10년 전 고향집을 떠나올 때의 그 날이 가끔 떠오르긴 하지만,

이제는 서울의 내 집이 좀 더 편하다.

부모님이 살고 계신 집에 내려가서

나와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내 방에 들어가면 과거의 내 모습을 조금이나마 떠올릴 수 있어서 좋고,

서울에 올라와 우리 집에 올라오면

성인이 된 나의 여러 가지 추억들을 볼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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