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찍기
카메라의 뷰파인더나 모니터를 보지 않고 셔터를 누른다.
자전거를 타면서 눈길이 가는 방향으로
카메라를 돌리고 셔터를 누른다.
셔터속도를 1/125에서 1/160으로 올린다.
어느 정도의 흔들림이 나타날 것이다.
렌즈의 화각은 35mm다.
풀프레임으로 환산하면 50mm 표준 화각이다.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다.
212컷의 사진을 찍었다.
나는 이 사진들이 마음에 든다.
나는 카메라의 설정값을 선택했고
카메라의 방향과
셔터를 눌러야할 순간을 선택했다.
평소의 사진과 다른 것은
사진이 흔들렸다는 것,
짧은 시간에 많이 찍었다는 것,
구도에 신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저 모든 순간을 기억한다.
바람의 세기와 서늘함,
잠깐 느껴졌던 태양의 온기,
언덕을 오르는 라이더늬 힘겨움,
다리 밑에서 장기를 두는 남자들,
밭 전에 각그랜저를 세워두고 농기구를 들여다보는 농부,
가교위를 걸어가는 청년,
나의 기침과 허기,
그리고 석양 빛.
나는 오늘도 저 순간을 살았다.
저들도 오늘 저 순간을 살았다.
시시각각 숨쉬고 바라보고 걷고
생각하거나 말한다.
시시각각 욕망할 것인가?
시시각각 두려워할 것인가?
시시각각 죽어갈 것인가?
시시각각 어떻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