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만 오갔던 철로 옆 길을 걸었다.
안쪽으로 샛길이 보이면 그쪽으로 걸었다.
열차 안에서 봤던 밭, 축사, 농가를 지났다.
철로 위의 구조물들, 그 위의 구름,
한 해의 생을 끝낸 잡초,
봄에 피어날 지도 모르는 헐벗은 나무가지.
간간히 자전거 라이더가 지나간다.
간혹 무리를 이루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혼자 달린다.
자전거를 타며 맞는 바람은
몸을 감싸며 생기를 불러오지만
세상으로 부터 막을 친다.
자전거의 속도, 바람의 속도가.
우리가 혼자임을 상기시키는 것은 속도다.
수확을 마친 밭은
과실을 사람에게 내어준
들깨의 밑동,
검게 죽어 널브러진 고구마 줄기,
단단한 황색의 흙더미다.
겨울의 땅이 차가울 수록
살아남은 자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