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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ZZ SINGING

#우리들의 공연

by 반짝반짝사진방

20살 새벽 한시. 제 1FM 전영혁의 음악세계에서는 가끔 재즈음악이 흘러나온다. 재즈가 내 귀에 들어온 것은 그때부터였다. 빌리 홀리데이와 세라 문의 카세트테이프를 수없이 돌려 들었다. 감미로운 목소리는 나의 뼈마디를 모두 녹여버렸다. 오징어처럼 흐느적거리며 캠퍼스를 걸어 다녔다. 비비 킹, 루이 암스트롱, 마일즈 데이비스, 윈턴 마샬리스, 웨스 몽고메리, 칙 코리아, 빌 에반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곡들이 나를 사로잡으면 뮤지션의 이름을 기억해 두었다가 LP판이나 카세트테이프를 사서 들었다.


재즈는 그렇게 나의 20대를 맴돌다 지나갔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음악들이 넘처나고 있었지만 찾아 듣지는 않게 되었다. 우연히 듣게 되는 음악은 최신의 팝이나 가요가 대부분이다. 여느 감정들처럼 맴돌다 지나간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하나의 감정 또는 하나의 음악은 더 이상 다른 것들과 동떨어져 있지 않게 느껴진다. 그것은 공간과 함께 있고 사람과 함께 있게 된다. 공간과 사람은 점점 넓어져 동네가 되고 세상이 된다. 카페 안에 흘러나오는 음악은 이 시간을 일깨워준다. 음악은 '지금 여기에서 내가 글을 쓰고 있어!'가 된다.


진관동 물푸레북카페에서 재즈싱잉 발표회가 있었다. '재즈싱잉'은 재즈싱어 말로의 티칭으로 모여진 동아리다. 주민들은 재즈싱잉을 배운다. 모임에 들어가기 위해서 오디션이 필요할 정도로 멤버들은 실력이 대단하다. 멤버들과 말로는 지역의 주민축제나 행사에서도 간간히 만날 수 있었다. 관객은 가족이고 이웃이고 친구들이다. 공연의 분위기는 더욱 고무될 수밖에 없다. 꾸미거나 에쓰지 않지만 진솔한 노력을 남김없이 열어젖히는 노랫소리는 공간을 가득 채운다. 관객들은 노래 하나하나가 자신의 것인 것 마냥 흥분하고 감격한다.


멤버들의 소박한 발표를 마치고 말로가 노래한다. 그의 노래는 관객을 압도하지 않는다. 그는 노래에 관객 모두를 불러들인다. 그의 온몸과 목소리는 선율을 따라 흐르지만 그 아름다움과 상승은 이 공간과 사람과 함께 만들어간다. 얼핏 판소리의 너울처럼 주고받고 휘감긴다. 재즈싱잉의 새로운 매력을 느낀다. 또는 우리가 무엇으로서 산다고 할 때, (사진가로서, 목수로서, 농부로서, 가수로서, 시인으로서) 말로처럼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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