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약속 #아침8시 #불편함 #불쾌감 #해프닝 #그럴수도있지 #깨달음
아침 8시부터 예정된 온라인(Zoom) 회의가 있었다. 그런데 시계는 이미 8시 7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나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급하게 울리는 전화 소리에 “아, 네, 죄송해요. 지금 바로 들어갈게요.”라고 대답하며 허둥지둥 노트북을 켰다. 마치 일찍 일어나 준비한 듯 보이고 싶었지만,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은 다급함 그 자체였다. 그래도 따뜻한 물 한 잔 정도는 챙길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회의실에 접속하자마자 배경 화면에서 ‘와~’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전날 강의 때 세팅해 두었던 ‘2025’ 문구와 귀여운 눈사람 이미지가 아직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라며 연신 인사를 하고 나서야 간신히 물 한 모금을 삼켰다.
그런데 잠시 후, 한 분이 “OO님보다 언니예요?”라고 묻는 게 아닌가. “제가 OO님이 몇 년생 인지 몰라서요…”라며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지만, 들어오기 전에 이분들끼리 나이로 내기를 하고 있었단다. ‘이게 내기의 소재가 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스치면서, 뒤늦게 답했다. 커피 내기에 승리한 분들은 좋아하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아~ 그렇군요” 하며 상황은 조용히 마무리되었다. 어쩐지 달갑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사실 내가 늦었으니 할 말이 없기도 했다.
뒤늦게야 곰곰이 생각해 보니, 토요일 아침 8시라는 시간 자체가 내겐 달갑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다섯 명의 일정이 맞춰지다 보니 잡힌 시간이지만, 내 의지는 별로 실리지 않았다. 회의 자체가 그리 중요하다고 여기지 않았으니, 무의식적으로 알람을 끄고 다시 잠이 든 것이리라. 회의가 끝난 뒤 친언니에게 투덜거리자,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바로 일어나서 준비했을 걸?”이라는 지적이 돌아왔다. 한 대 얻어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돌이켜 보면, 나는 이 모임에 깊이 관여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워낙 에너지가 넘치는 분들이라, 필요할 때만 내 역할을 하고자 거리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동안 내가 맡은 부분이 있어, 적어도 6개월은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그럼에도 ‘토요일 아침 8시 회의’라는 부담을 감안하기 싫었던 것이 늦잠으로 이어진 셈이다.
시간을 지키지 못한 나 자신에게도 서운하지만, 회의 참석자들에게도 죄송한 마음이 든다. 설령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모임이라 해도, 최소한 시간 약속은 지켰어야 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지만, 용서하고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향한 최선의 태도다’라는 말처럼, 실수는 나를 돌아보는 기회가 된다.
특히 회의 초반에 내가 느꼈던 ‘불편함’ 역시 무심히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늦었을 때의 예민함, 예상치 못한 ‘나이 내기’라는 소재에서 오는 불쾌감, 그 모든 감정이 겹쳐서 더욱 불편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결국은 “그럴 수도 있지”라며 스스로를 다독이게 된다. 조금은 느슨해진 연말 분위기와, 겹겹이 쌓인 피로가 만들어 낸 해프닝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결국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이 시간을 함께한다는 건 ‘약속’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내게 중요하든 중요하지 않든, 여러 사람의 시간과 에너지가 모여 만들어진 자리이니까. 앞으로는 이런 크고 작은 약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여유 있게 준비하자’는 다짐을 해본다. 거울 속 내 얼굴에 미소부터 띠며, 눈과 입이 함께 웃는 연습을 시작해 보는 것도 좋겠다.
오늘의 해프닝을 통해 다시금 느낀 점은 단순하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일도 타인에게는 소중한 순간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 크든 작든, 주어진 시간에는 최선을 다하자’는 깨달음이다. 늦잠 뒤에 찾아온 스스로의 반성과 작지만 의미 있는 성장의 한 걸음—이렇게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