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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건네준 위로, 엄마에게 닿기를

#음악 #묘한위로 #엄마간병 #그리움

by 오렌지
‘음악은 마음에 스며드는 은밀한 위로다.’


마음이 복잡할 때 나는 음악을 듣는다. 요즘은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클래식부터 뮤지컬 넘버, 가요, 팝까지 참 다양한 곡들을 접한다. 좋아하는 곡을 듣다 보면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 있고, 나도 모르게 “아, 또 유튜브의 함정에 빠졌구나” 하고 정신을 차린다. 그 순간만큼은 강렬하게 온몸을 울리는 멜로디에 상쾌하기도 하고 묘한 위로도 얻게 된다.


음악을 더욱 가까이 들었던 시절이 있다. 엄마가 두 번째로 쓰러지셔서 병원에 계실 때였다. 우리 가족은 엄마를 함께 간병했고, 나는 주말마다 엄마가 계신 곳으로 내려가 작은 언니와 교대했다. 어느 토요일, 일찍 일어나 짐을 챙기고 큰 언니에게 고속버스터미널까지 태워 달라고 부탁했는데, 전날 밤부터 언니가 배가 아프다고 하더니 결국 병원에 가야 할 상황이 되었다. 급하게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향했지만, 고속버스에 타고 있는 내내 언니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병원에 도착해 작은 언니와 교대한 뒤 엄마를 돌보던 중, 저녁 무렵 큰 언니가 맹장 수술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어젯밤부터 아프던 게 맹장이었다니…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구나.’ 집에서 10분 거리의 종합병원으로 혼자 운전해 간 언니 생각에 나는 그저 주저앉아 울 수밖에 없었다. 엄마도 위중한 상태라, 병상 옆에서 최대한 조용히 눈물만 삼켰다. ‘왜 이렇게 힘든 일들은 한꺼번에 몰려오는 걸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너지는 듯했다. 그 순간에도 잔잔한 위로를 건네 주었던 것은 가족의 존재와 음악이었다. 엄마가 평소 좋아하시던 찬송가와 노래들을 아이팟에 넣어 들려 드리기도 했다.


2017년 어느 청명한 가을날, 우리는 엄마를 하늘나라로 보내 드렸다. 가족 모두 3년 가까이 엄마를 간병하며 마지막까지 엄마 곁에 머물 수 있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 여전히 감사와 그리움이 교차한다. 지금도 길을 가다 엄마와 비슷한 뒷모습을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여전히 내 안에는 꺼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남아 있지만, 그 기억들을 이제는 조금씩 마주할 수 있어 반갑기도 하다.


가끔은 힘들 때, 또 기쁘고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엄마가 생각난다. 아마 지금의 나를 본다면 엄마도 분명 좋아해 주셨을 것이다. 이제는 마음속에서 엄마를 큰 소리로 불러본다. 그리고 오늘도 음악을 틀어놓는다. 음악은 보이지 않는 손길처럼 나를 쓰다듬으며, 그리운 엄마를 다시금 떠올리게 해 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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