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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의 힘

오늘 하루 중 나는 어떤 순간을 기억하고 싶은가?

by 오렌지

나 대신 기억해 주는 기기들이 늘어나면서 내 머릿속 기억들은 하나둘씩 희미해지고 있다. 휴대폰이 모든 것을 저장해 주는 시대, 나는 내 번호조차도 외우지 못한 채 살고 있다. 가족과 친한 친구, 가까운 동료들의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망설이게 된다. 물론 예외도 있다. 누군가는 여전히 중요한 번호들을 머릿속에 새겨두고 있을 테지만, 정작 나는 어제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그런 와중에도 초등학교 때 외운 구구단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니,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겨야 할까? 아니면, 조금은 씁쓸해야 할까?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들은 점점 잊어가면서도, 기계가 대신 기억해 주지 않는 것들—어릴 적 익힌 것들, 깊이 새겨진 감정과 순간들—은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다. 무엇이든 스스로 기억하고 기록할 때, 그것은 다시 나를 비춰주는 거울이 된다. 세상이 빠르게 변할수록 그 흐름을 따라가느라 허덕일 때도 있지만, 내 속도대로 갈 수 있는 힘은 결국 나만의 기억과 기록에서 나온다. 특히 누군가와 함께한 기억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우리 인생에 무한한 가능성과 따뜻한 힘을 더해 준다.


오늘 하루 중 나는 어떤 순간을 기억하고 싶은가? 그 작은 조각들을 짧게라도 기록으로 남긴다면, 그것들은 나의 역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 기록은 내일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 오늘이라는 신의 선물, 이 순간을 충분히 즐기고 온전히 누리면서 소중한 기억을 남겨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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