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어지러우면 마음도 어지럽다."
춘삼월이 되니 햇빛의 결이 달라졌다. 여전히 바람은 차갑지만, 겨울이 물러가는 기운이 서서히 스며든다. 며칠 전만 해도 겨울을 떠올리게 할 만큼 눈이 내렸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봄눈 녹듯 사르르, 거짓말처럼.
자연이 그렇게 제때에 옷을 갈아입듯, 나도 지금이 정리가 필요한 때임을 느낀다. 특히 올 3월에는 꼭! 주변을 심플하게 비우고 싶다. 구체적으로는 두 곳—책상과 책장, 그리고 옷방이다. 늘 미니멀리즘을 꿈꾸지만, 책은 끝없이 쌓이고 계절마다 늘어나는 옷들은 한정된 공간을 채운다. 그렇게 내 공간은 점점 좁아지고, 마음도 복잡해진다.
집이 넓거나 수납공간이 많다면 괜찮겠지만, 들어오는 것만큼 빠져나가지 않으니 어느새 넘쳐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나는 쉽게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라는 것. 여기저기 쌓아두는 데는 선수지만, 정리하는 일에는 서툴다.
그러나 이제는 비울 때다. 우선, 책을 정리하려 한다. 읽지 않은 채 쌓아둔 책들을 보면, 그저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더 이상 내게 머물 필요 없는 책들이 있음을 인정한다. 책들도 사람의 손을 타야 의미가 살아난다.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보내주어야겠다.
옷들도 마찬가지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옷을 들이면서도, 정작 입는 건 늘 익숙한 몇 벌뿐. “입을 옷이 없다”는 말이 습관처럼 나오는 것도 어쩌면 선택지가 너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는 필요 없는 옷들과도 이별을 고할 때다.
책과 옷이 정리되면, 자연스레 공간도 여유로워질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만이 아니다. 복잡한 머릿속과 마음도 함께 비워질 것이다. "비움은 또 다른 채움을 위한 준비"라는 말처럼,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야 새로운 것이 들어올 여백이 생긴다.
"집이 어지러우면 마음도 어지럽다." 라는 정리 전문가의 말처럼,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 곧 내 마음을 정리하는 일이라는 걸, 매번 실감한다. 이번 봄, 책과 옷뿐만 아니라 머리와 마음속까지 한층 가벼워질 수 있기를. 더 넉넉한 공간에서, 봄을 맞이하는 따뜻한 숨을 들이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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