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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을 마주하는 순간

재미와 즐거움, 보람과 성취감

by 오렌지

"이렇게까지 즐겁고 재미있게 온라인 회의를 한 적이 있었던가?"
문득 스스로에게 되묻게 되었다.


2시간 반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깊이 몰입한 시간이었다. 게다가 토요일 아침, 온라인 회의였음에도 피곤함보다 오히려 에너지가 충만했다. 물론, 이날 회의의 원래 목적은 2주 후에 있을 온라인 클래스를 준비하는 것이었지만, 정작 대화의 흐름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본질’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다. 역할 분담과 사전 준비 사항을 점검하는 틀 안에서 벗어나, 우리가 하는 일의 의미와 연결성을 되짚어 보는 과정이 되었다. 마치 흩어진 구슬들을 하나씩 꿰어 정리하는 느낌이었다. 오랫동안 궁금했던 것들이 선명해졌고, 머릿속에서 모호하게 떠다니던 조각들이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마치 너무 두꺼워서 읽기를 미뤘던 책을 마침내 다 읽고 나서 느껴지는 후련함과도 같았다.


그때 깨달았다. 본질이란 억지로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탐구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사람에게 보이는 것이 아닐까?
“이걸 꼭 해야 해?”
“저걸 해결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어려운 거지?”
이런 부담감이 아니라, 알고 싶어서, 궁금해서, 다음 조각을 찾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는 흐름.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탐구 속에서 본질은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니, 그동안 나는 ‘해야 할 것들’과 ‘부족한 것들’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웃음도, 즐거움도, 성취감도 뒷전이었고, 오직 해야 할 과제들만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의 대화는 그 틀을 깨뜨렸다. 각기 흩어져 있던 정보들이 하나씩 연결되면서, 내 안의 작은 불빛들이 차례로 켜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과정은 그 자체로 유쾌하고 즐거운 경험이 되었다.


돌아보면, 나는 곧 있을 또 다른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계속 걱정하고 있었다. 프로젝트의 중간 점검 미팅.
“어떻게 평가받을까?”
“내가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걸까?”
그 질문들에 사로잡혀 정작 이 미팅의 본질을 놓치고 있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생각하면, 그것은 단순한 ‘점검의 자리’다. 과정 속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조율해 나갈 것인지 함께 살펴보는 기회일 뿐이다. 그런데 나는 그보다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내가 나의 중심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은 단순했다.
바로 재미와 즐거움.
그리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보람과 성취감.


그것이야말로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었고, 내가 진정으로 몰입하는 순간들이었다. 다시금 내 코어(core)를 되새긴다. 본질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발견하는 과정이 곧 나의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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