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 대잔치 끝에 남은 마음

by 오렌지

오늘 오전과 오후, 두 개의 온라인 강의가 있었다. 그 덕에 잠을 쪼개 고작 2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원래는 오전 강의만 예정되어 있었는데, 수술 후 회복 중인 분의 요청으로 내가 대신 맡게 되었다. 사실 체력적으로 무리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살짝 있었지만, 그렇다고 하지 않을 이유도 딱히 없었다. 그분을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 의미 있는 일이 될 테니까.


요즘에는 비교적 잘 자고 있어서 하루 정도 무리를 해도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하루 종일 강의를 해보니 몸과 마음이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목소리 컨디션은 다운되고, 마음은 왜 이렇게 찜찜하지? 하는 물음이 자꾸 고개를 들었다. 더군다나 저녁에 통화한 상대방도 그리 유쾌한 사람이 아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속에는 확실히 준비 부족에 대한 자책이 숨어 있었다. 강의 콘텐츠에 대한 시간 조절과 배분이 원활치 않았고, 질문이 쏟아질 때마다 적당히 넘겨버리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해결되지 않는 질문을 받은 순간, “한번 숙고해 보세요”가 아니라 충분한 의견 교환이나 함께 고민해 보는 태도가 필요했는데 말이다. 거기에 더해, ‘감사’나 ‘고마움’을 잘 표현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내심 화가 나는 스스로의 이중성도 느꼈다.


문득, 내 안에는 얼마나 다양한 마음이 공존하는 걸까 궁금해졌다. 한 번의 자극에도 이처럼 성실히(혹은 과잉으로) 반응하고 있는지 돌아보면, 때로는 내가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말이 많아지면 순수한 마음이 아닌 사람과는 대화조차 기피하게 되고, 대화의 온기가 사라진다.


결국 어딘가에 이 마음을 털어놓지 않으면 모호한 상태가 반복될 것 같았다. 그래서 먼저 내가 직접 해결할 수 있는 것부터 정리해 보기로 했다. 오늘 강의에 대한 리뷰를 해보는 일, 그리고 오전·오후 강의 모두 전원 참석이었던 사실에 작은 기쁨을 느껴 보는 일. 무엇보다 다가오는 1월 초 강의를 미리 준비할 것을 다짐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당연히 나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모든 것은 당연한 게 아니고, 각자 다른 속도와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마음이 훨씬 자유로워진다.


그럼에도 아직 불완전함에서 오는 찜찜함은 남아 있다. 그렇지만 이 찜찜함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이, 언젠가는 더 나아가게 해 줄 것이라 믿는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은 그대로 두고,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하루의 마무리를 조금 더 다정히 하며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떠오른 여러 감정들을 인정해 주고, 또 열심히 달려준 스스로에게 고마워할 줄 아는 연습. 그 연습이야말로 앞으로의 강의와 만남에 있어서도 가장 먼저 필요한 태도일 것이다. 찜찜했던 하루를 기억해 두고, 다시는 무심코 아무 말 대잔치로 흘려보내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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