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확률로
내가 아는 것이 진정한 나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 희열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는 안다.
그러니 희열에 매달리자.
그러면 나의 의식도, 존재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조지프 캠벨
하루에 수많은 감정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지금까지 나는 감정은 나에게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게 하는 소모적인 것이며, 어린아이 같은 것이고, 사회생활을 방해하는 것이며, 고통을 주는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감정은 나에게 배움의 원천임을 깨달아 간다. 그리고 이 생각의 전환은 삶의 혁신임을 이제는 이해할 것 같다. 세상에 불필요한 것은 없다. 이해가 없을 뿐이다.
기쁘고, 슬프고, 질투하고, 불안하고, 전율하고 어떤 감정이 되었든 그 속에는 삶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가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 나는 기쁨에 주목하고 있다. 기쁘다는 것, 마음과 몸에서 전율하듯 즐거움이 올라오는 것에는 내가 가진 기호에 대한 이해, 그리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에 대한 이해가 숨겨져 있다.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희열(bliss)은 온전하게 현재에 존재하는 어떤 느낌이며, 희열을 느낄 때 우리는 진정한 나 자신이 되기 위해 해야 하는 어떤 것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희열에 매달리라고 종용한다.
조지프 캠벨이 말한 희열의 순간까지는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요사이 나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기쁨에 대해 배우고 있다. 특히 친밀함과 그 속에 내재된 기쁘고 평화롭고 행복한 감정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감정이 모든 경우가 아닌 어떤 특별한 경우에만 생겨남을 관찰하며 그 소중함을 깨달아 가고 있다.
모든 사람과 친밀함을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어떤 이에게는 특별히 친밀함을 더 느낀다는 사실 하나로 껴안고 쓰다듬고 만지고 친밀함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오는 기쁨을 오롯이 알아차리 순간이 되면 친밀함이 주는 소중한 기회에 대해 숙고하게 되는 것이다.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삶이 주는 기회다. 특별한 순간에 일어나는 이 화학작용은 흔한 것 같지만 흔하지 않다. 또한 깊은 친밀함은 내가 나 자신이 되는 순간이 아니라면 일어나기가 어렵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내가 가지 모습의 일부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애쓰는 순간 마음에는 얇은 벽이 하나 세워지고 그만큼 친밀함의 농도는 줄어든다. 다른 누군가가 될 필요도 없고 있는 모습 그대로 있어도 된다는 확신, 다 내보여도 된다는 안전한 느낌, 신뢰가 있을 때 친밀함의 깊이는 더욱 깊어진다.
그래서 어린 시절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 주는 부모 앞에서는 그렇게 개방정을 떨고 기쁨의 춤을 추고 목에 매달리고 안기고 즐거워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편안하고 즐거운 느낌을 평생 그리워하며 방랑자처럼 찾아다니는지도 모른다. 그 느낌이 어디에서 기인하며 무엇인지도 모른 채. 하지만 의외로 답은 단순한지도 모르겠다. 머릿속에 존재하는 온갖 계산은 제쳐두고 나 자신으로 존재하며, 마음의 벽을 허물고 가지고 있는 따스함이 그냥 흘러가게 두기만 한다면 나머지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날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을 수 있음이 가능한 지금의 기회에 고마움을 전한다. 특별한 경우의 수로, 아주 특별한 확률로 지금 이 순간에 그 기회들이 존재함을 가슴 깊이 느낀다. 그러므로 더 기쁨을 누리고 사랑하자. 지금 있는 희열에 매달려본다. 그리고 그 순간 친밀함, 사랑, 위로, 배려 등 세상의 수많은 단어로 표현되는 '평화롭고 따스한 마음'이 내가 나로 존재하기 위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깨닫는다. 우리는 사랑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로 태어났다. 사랑이 태어나게 하고 사랑이 자라게 하고 사랑이 존재하게 한다. 또 우리 모두는 그 누군가가 아닌 그저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태어났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2023년 기호의 희열을 아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