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려는 마음을 버리니 즐겁다
본질에 집중하라. 나머지는 소음일 뿐
아침 6시. 바람이 차다. 불과 며칠 전까지 느껴지던 덥고 습한 열기가 사라졌다. 반 팔과 반 바지. 여전히 짧은 운동복 사이로 서늘한 기운이 훑고 지나간다.
오늘 러닝의 목표는 능내역이다. 출발점은 양수철교. 쭉 뻗은 길이 시원하다. 그 위로 까마귀가 날아다닌다.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은 새들은 관객이다. 팔뚝만 하게 제법 큰 새들이 깍, 깍 목청껏 울어댄다. 울음소리가 출발 신호다.
‘탁탁 탁탁’
신호에 맞춰 다리를 구른다. 고개는 정면을 향하고. 어깨에는 힘을 빼고.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깊게 쌓였다. 저 멀리로 검은 구름이 몰려온다. 비가 오려나.
조금씩 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제 찬 바람이 신경 쓰이지 않는다. 전신이 적당히 데워졌다.
그럼 조금 더 빨리 뛰어볼까. 리듬을 더 빠르게. 템포를 올리고.
‘탁탁탁탁탁’ 경쾌한 음악처럼. 박자를 타고 땅을 박차 오른다.
“일단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안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머릿속에 조곤조곤 말하는 차분한 음성이 들렸다. 어느 날 유튜브에서 봤던 허준이 교수의 말이었다.
“뭐든지 그렇잖아요.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모든 것을 망치는 것 같아요. 좀 순수한 마음으로.”
‘순수한 마음?’
무슨 말일까?
순식간에 머릿속 장면이 바뀌었다. <F1 더 무비> 속 레이싱 복을 입은 소니 헤이즈가 눈앞에 서 있다.
명성과 더 좋은 스폰서에 휘둘리는 후배에 충고하듯 말한다.
“It’s noise. Focus on driving.”
묵직한 저음. 직선으로 쏟아지는 시선. 파란 불꽃이 그의 눈에 튄다. 눈을 뗄 수가 없다. 그의 눈이 말한다.
본질에 집중해. 네가 할 일은 오직 그것뿐.
가슴이 F1 자동차 엔진처럼 달구어진다. 전신에 열기가 솟아난다.
숨을 더 크게 들이마신다.
차가운 숨이 목구멍을 타고 뱃속으로 넘어간다.
뜨겁게 데워진 숨이 다시 목젖을 타고 뱉어진다.
집중해. 더. 더. 더.
순수한 즐거움이 발가락을 타고 정수리를 친다.
달린다.
살아있다.
상쾌함.
경쾌함.
러너스 하이.
이거다.
지금 내가 바라는 단 하나.
점차 소음이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