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에서 시작해 이찬혁으로 끝나는 알고리즘

나의 재미를 심각하게 고민합니다.

by 콩작가

시작은 김연경에서부터였다. 그날은 오지게 쉬고 싶은 날이었다. 오늘은 정말, 잉여스럽게!라는 다짐으로 텔레비전을 켰다. <신인감독 김연경>을 보게 된 것은 아주 우연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며 보다가 한 회가 끝났을 때, 나는 베개를 부여잡으며 외치고 있었다.


“언니! 날 가져요……!” (실제로는 동생이다. 하지만 언니라 부르고 싶다. ㅠ)


김연경 감독은 멋있었다. 선수 시절부터 그랬다. 장난꾸러기 같은 얼굴로 게임의 흐름을 읽으며 카리스마로 경기장을 휘어잡는다. 온갖 경기를 뛰었고, 주장으로써 선수들을 이끌어오던 저력은 여전했다.


그날 밤, 나는 설레어 버렸다. 그래서 더 잉여스럽게 보낼 수밖에 없었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우며 그녀의 유튜브를 뒤지기 시작한 것이다. 선수적 모든 동영상을 섭렵하고, 쇼츠를 미친 듯이 봤다. 나의 잉여스러운 하루의 끝이 도파민 중독일 거라 예상은 못했지만......


그렇게 시작한 알고리즘의 끝에는 이찬혁이 있었다. 흠. 왜죠? 유튜브 씨? 마치 유튜브가 사람이라면 씩 웃으며 엄지 손가락 하나를 척하고 올릴 것 같았다. 김연경 좋아해? 이것도 좋을 걸? 하며.


그렇게 뜬금없이 (정말로) 이찬혁의 세계로 진입했다. 첫 시작은 <파노라마> 영상이었다. 그 후로 알고리즘을 타고 영상의 바다를 떠돌았고, 결국 이번에는 그에게 빠져버렸다.


그러면서 그의 음악적 변천사를 알게 되었다. 악동뮤지션으로 시작해서 동생과 함께 노래를 부르던 시절의 이찬혁은 풋풋했다. 그때에도 그의 음악은 색깔이 분명했고, 대중성이 있었고, 천재적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무대에서 동생은 가만히 있는데 혼자 춤을 추기 시작했다. 특이한 동작과 패션, 행동들을 이어나갔다. 그때부터 ‘GD를 삼킨 찬혁’이라는 말을 들었다. GD병에 걸렸다는 조롱 섞인 농담이 그를 따라다녔다. 많은 사람들이 “찬혁아, 너 하고 싶은 것 좀 그만해.”라고 했다.


그가 어느 방송에 나와서 말했다. 악동뮤지션의 무대는 함께 합을 맞추던 시기와 혼자 춤을 추던 시기로 분명히 나뉜다고. 처음에는 동생과 함께 하려고 했지만, 어느 날 자신이 원한다고 상대도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래서 혼자 퍼포먼스를 하기로 결심했고, 수현은 어느 새부터 그가 오늘은 무슨 춤을 보여줄까 기대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부모님은 ‘프로답지 못하다’고 조언했지만, 그는 당당히 말했다.


“프로보다 무대에서 즐기는 게 더 중요했어요.”


그리고 흘러 흘러, GD 병이 극에 달했다고 하던 시절. 그가 입을 열었다.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저는 남들이 뭐라 하든 끊임없이 제 안에서 무엇이 재밌는지 찾았어요. 저는 남에게 관심이 없어요. 재밌으면 무조건 했어요. 재미없으면 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그는 진화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여론도 바뀌었다. “찬혁아,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팬들은 그를 리스펙 하기 시작했다. 평론가들도 말한다. 지금 모든 아티스트들이 그가 하는 행보를 주목하고 있을 거라고. 그의 음악은 특이하면서도 대중적이고, 듣는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음악의 리듬, 코드의 진행 방식이 일반적이지 않고 새롭다.


이찬혁은 ‘이찬혁’이 되었다. 그가 무대에서 잇몸을 드러내고 웃는다. 독특한 그만의 바이브를 몸에 담고서. 당장 죽음을 앞두고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는 화자의 이야기를 하면서, 쥐뿔도 없는 인생 버킷리스트 다 해봐야 한다고.


김연경 선수는 ‘과정을 생각한다’고 했다. 게임의 중압감이 누를 때, 얼마나 열심히 해왔는지 그 과정을 생각한다고. 결과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과정에 집중하면 자신감이 샘솟는다고 했다.


자신이 무엇에 열중하고 있는지 놓치지 않았던 그녀의 이야기는 이찬혁으로 끝이 났다. 그 누가 그토록 담대하게,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재미를 물을까? 어떤 시도가, 어떤 음악이 기쁨을 주는지. 어떤 것이 재미있는지. 더 자유롭게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집요하게 과정과 자신의 안에서 답을 찾는 사람들. 가슴 안에서 불꽃이 이는 것 같았다. 수많은 생각의 먼지들이 가득한 공간에서 누군가 ‘탁’하고 라이터를 켠 것처럼. 우르르 쾅쾅하고 폭발해 버렸다.


어떤 글이 너에게 재미있니?

남들 다 하는 거 말고, 남들이 재밌다고 하는 거 말고.

무엇이 너를 가두고 있지? 표현하지 못하게 하지?

중요한 것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거야.

그것을 따라가다 보면 답이 보이기 시작해.

자신의 길을 찾을 때 남들은 말할 거야.

왜 저래? 이상해. 혼자만의 세계에 갇힌 사람 같아.

하지만 그래도 따라가는 거야.

이 감정이 이끄는 곳이 어디인지. 깨지고, 다치고, 넘어지더라도.

해보는 거야. 해보고 싶은 것 모두.


김연경에서 시작되어 이찬혁으로 끝나는 알고리즘은 이렇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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