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과 내려놓기

나는 오늘부터 나와의 진정한 동거를 시작했다

by 콩작가

노자는 내려놓고 그대로 두라고 이야기한다. 내려놓아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비워야 채워진다고도 말한다. 명상을 하면 할수록 내려놓는다는 것의 의미가 깊어진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진정한 용기이며 자애다.


저녁 명상 시간에 소개해준 원숭이 일화다. 원숭이를 잡기 위한 덫이 있는데, 덫 안에는 바나나가 들어있고 손 하나만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있다. 원숭이는 바나나를 집어 들지만 바나나를 놓지 않으면 덫에서 벗어날 수 없다.


원숭이에게 바나나를 놓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가지고 싶은 것, 갈망하는 것을 포기하는 용기가 필요하고, 하나를 잃음으로써 삶을 얻겠다는 자신에 대한 자애의 마음도 필요하다. 관용의 마음 없이 잃는 것에 대한 상실감, 원하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 슬픔, 쥐는 것을 놓게 되면 다시 또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놓아줄 방법이 없다.


내려놓기 위해 수용해야 한다. 쥐던 것을 놓아주고 보내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미래의 불확실성을 받아줘야 한다. 그래야 놓을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이것을 놓지만 삶은 내가 통제하는 것대로만 흘러가지 않고 또 다른 기회와 장을 열어 줄 것이라는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삶은 예측 불가능하며, 언제나 변화하고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 없다는 당연한 명제를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신뢰를 위한 첫걸음이다.


최근 내려놓기에 대한 명상을 하면서 평소에 너무도 원하기에 자주 떠오르는 생각 하나를 알아차렸다. 내려놓기 위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손에 힘을 풀듯 툭 하고 쥐고 있던 생각도 놓아버리는 연습을 했다.


그 순간 마음은 저항을 한다. 그리고 말한다. '얻은 적도 없으면서 지금 놓으면 될까? 일생에 한 번은 해보고 싶은 것들인데 그동안은 주어진 적이 없잖아.' 인내심을 가지고 그 말들을 들어준다. 말들에 현혹되지 않고, 스토리에 빠지지 않고 그 안에 도사리는 억울함, 슬픔, 상실감, 두려움, 분노를 알아차려 준다. 놓기 위해 수용하는 과정이다. 따뜻한 시선으로 내가 그토록 어떤 것을 얻기 위해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좌절했고, 여전히 갈망한다는 것을 알아준다. '그래, 그랬구나. 그게 나에게 참 중요했구나.' 알아주는 순간 마음이 주는 선물은 스스로에 대한 깊은 이해다. 그리고 알아주는 순간 쥐고 있던 것이 풀어지며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온다. 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겨서 나오는 마음이 아니다. 진실과 맞닿았을 때, 진정한 이해가 생겨났을 때 이루어지는 화해의 과정이고 해방을 위한 여정이다.


경험상 알아차림은 한번 가지고 안된다. 오래 쥐고 있던 것은 오랜 습관과 마찬가지이다. 오랜 친구와 이별할 때 손 흔들고 헤어지면 마음도 깔끔하게 정리되던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오랫동안 자신과 함께 했기에 익숙한 상황이 되면 또다시 찾아온다. 불쑥불쑥 방문할 때도 있다. 그럴 때 '왔구나, 오랜만이다'하고 마음에 자리 하나를 내어준다. 그 친구는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왔다가 간다. 그렇기에 놓아주면 공간이 생긴다. 그 공간을 삶의 또 다른 미스터리가 어떻게 채워줄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아래는 노자의 도덕경을 저자 자신의 수필처럼 엮은 웨인 다이어의 <치우치지 않는 삶>의 내용 중 하나다. 애써 노력하지 않고, 쥐고 있던 것을 놓아줄 때, 삶이 알아서 펼쳐지도록 할 때 그것이 모든 이해로 향하는 문이다. 놓음으로써 지금, 이 순간에 주의를 기울이고 소소한 일상들이 더욱 경이롭게 다가오고 미쳐 보지 못한 자연과 사람의 낯빛을 발견하고 호흡하고 존재한다.


"욕심이 없으면 신비로움을 볼 수 있고, 욕심이 있으면 눈에 보이는 것만 본다. 그 신비로움은 모든 이해로 향한 문이다." - 노자-


항상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애쓰지 말고 세상이 그냥 펼쳐지도록 내버려 두라. 모든 것은 신이 주신 순서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므로 그냥 내버려 두라.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해서 너무 열심히 노력하지 마라.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두라. 당신의 친구와 자녀, 부모님, 상사 또는 다른 누구라도 너무 깊이 이해하려 애쓰지 마라.


도는 언제나 작용하고 있다. 뜻대로 일이 되지 않았을지라도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라. 긴장을 늦춰라. 자연스럽게 내버려 두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세상은 이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자신을 매 순간 인식하라. 예리한 관찰자가 돼라. 비판은 적게 하고 많이 들어라. 신비로움의 매력과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불확실성에 대해 마음을 활짝 여는 시간을 가져라.


<치우치지 않는 삶 中, 웨인 다이어 지음>


* 명상에 관련한 내용은 자이요가명상의 민진희 원장님의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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