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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정윤 Mar 16. 2023

아인슈타인을 생각합니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을 읽으며

사람들에게 잘 말하지 않은 취미 중 하나는 물리학 책을 읽는 것이다. 나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모두가 이 사회에서 쓸모없다고 여기는 것들 뿐이다. 그 분야 자체가 쓸모가 없다기보다 직장인인 내가 혼자 알고 좋아하며, 연구하듯이 시간을 쏟을만한 거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걸로 돈을 벌어먹고 살 수도 없고, 내 인생에 아무 생산력도 없는 것이다. 그런 분야 중 하나는 과학이다. 나는 철학, 종교, 과학, 인문학, 예술 모두를 사랑하는데, 특이하게도 역학에 관련된 책도 많이 본다. 처음에는 한의학 책을 읽으며 보게 되었는데 그 원리가 동양철학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사실과 자연의 원리로 삶을 설명한다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그걸 공부하면서 스스로의 기질에 대해 더 잘 이해한 것도 있다. 솔직히 MBTI는 사주에 비하면 껌이다. ㅋㅋ 상대적으로 해석이 단편적이고 쉽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사주는 신비학문에 속하고 MBTI는 상대적으로 과학적이라 여기는 부분에서 언제나 패배하고 만다. 여하튼, 쓸모없는 나의 취미는 어디 가서 함부로 말하지 못하는 나만의 즐거움이다.


요새 카를로로벨리의 저서 <모든 순간의 물리학>을 읽고 있다. 교양서로써 물리학 책 중에 나는 카를로로벨리의 저서를 참 좋아한다. 물리학을 쉽게 설명해 주는 능력도 탁월하지만 이것을 통합해 주는 능력도 탁월하다. 전문가가 아닌 나 같은 소시민이 읽으면서도 이런 감탄을 한다면 그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편의 철학 같고, 한편으로는 우주와 현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어떤 경이로움과 신비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책을 읽다가 언제나 나는 아인슈타인이 등장하면 전율한다. 물리학 교양서는 물리학의 기반이 되는 철학, 역사를 고대 그리스부터 되짚어 나가는 식으로 많이들 설명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아인슈타인이 등장하면 나는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무런 이름도 날리지 않았던 그가 1905년 <물리학 연보>에 논문 세 편을 보내는데 그것이 모두 노벨상을 수상할 가치가 있는 글들이었다. 그가 1915년 11월 낸 ‘일반상대성이론’은 가장 아름다운 이론으로 평가받는다. 그가 과학사에 등장함으로써 우리가 이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왔다.


“인류의 모든 지식 중에서 상대성이론은 단연 특별합니다. 첫 번째 이유로 이 이론은 일단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 원리만 알게 되면 말도 못 하게 간단하기 때문입니다.” - <모든 순간의 물리학> 중에서


모든 순간의 물리학 책에서 인류 역사에서 과학은 하나둘씩 놀라운 도약을 해왔는데, 그중 아인슈타인이 발전시킨 지식은 단연코 특별하다고 한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놀랍도록 간단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을 때, 사물이 추락하고 행성이 회전하는 데에는 어떤 힘이 작용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간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아인슈타인이 태어나기 몇 년 전 물리학자 마이클 패러데이가 전자기장을 발견한다. 이 전자기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전자기파를 사방으로 퍼뜨려 공간을 채우고, 때로는 진동을 하고, 때로는 호수의 표면처럼 진동이 생기기도 한다. 아인슈타인은 어렸을 때부터 전자기장의 매력에 흠뻑 빠져 중력에도 전력처럼 장(field)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이것을 깨닫고 중력장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방정식을 이용해야 이것을 설명할 수 있을지 알아내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천재적인 발상이 나오는데, 중력장이 공간으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중력장 자체가 공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왜 놀라운 발상인가 하면, 이제부터 공간은 하나의 물질이 되었기 때문이다. 풀지 못할 난제를 해결했는데 그것이 세상 사람들이 경악할 정도로 단순화된 대단한 발상이었던 것이다. 아인슈타인으로 인해 이제 공간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것이 아닌 게 되었다. 공간은 이 세상을 구성하는 물질 중 하나가 되었고, 파도처럼 물결을 이루기도 하고, 휘기도 하고, 굴절도 하며, 왜곡도 한다. 이것을 바탕으로 그 뒤로 증명되는 것 하나하나는 정말 놀랍다.


우선, 별 하나의 공간이 어떻게 휘는지를 방정식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고,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것들은 하나씩 진실로 밝혀진다. 태양이 빛을 굴절시킨다는 예측이 입증되었고,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도 휜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며 중력이 약한 곳에서는 시간이 빨리 흐르고, 중력이 센 곳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고 예측했다. 물론 이것 또한 사실로 밝혀졌다. 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때 나는 뭔지 모를 전율이 일어났다.


블랙홀의 존재가 입증되었고, 공간은 전체적으로 넓게 확장되고 팽창할 수 있다고 말한 아인슈타인의 예측도 사실로 입증됐다. 1930년대에 우주팽창은 실제로 관측됐고,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방정식을 통해 빅뱅이론을 이야기한다.


아인슈타인의 모든 이론은 맑은 직관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아주 기본적인 직관, 공간(space)과 장(field)이 같다는 개념에서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아마도 아인슈타인은 일상 속에서 탁해진 우리의 진부한 시선보다 훨씬 더 맑은 시선으로 현실을 바라본 듯합니다. 이 현실 역시 꿈으로 만든 재료로 이루어진 것 같아 보이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꾸는 흐릿한 꿈보다는 훨씬 현실적입니다.

- <모든 순간의 물리학> 중에서



아인슈타인은 어떤 사람이었을까를 생각한다. 저자가 말하는 ‘맑은 직관’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는 현실을 살아가면서 일상 속에서 다양한 이론, 시선, 철학, 개념, 규정과 우리가 경험하는 방식 외로는 생각하지 못하는 직관의 한계에 부딪힌다. 아인슈타인에게는 세상의 곁가지는 쳐내고, 실제와 그렇지 않은 것들을 걷어내고, 우주와 삶, 물질에 대해 보이지 않은 이면을 관찰할 수 있는 힘이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언제나 이렇게 이면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끌린다. 그 이면의 비밀과 신비를 풀고 온전히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하는 것. 그리고 그 진실이 있는 그대로 경이로움을 불러일으킨다. 시간과 공간, 물질과 정신이 내가 상식으로 생각한 그대로로 존재하지 않는다. 우주가 말하는 진실은 따로 있으며, 그 진실은 놀랍도록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며 신비롭다.


점심시간에 글을 썼는데 점심을 마친 동료들이 우다다 들어와서 여기까지만 써야겠다. 이미 집중력이 모두 깨졌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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