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여정(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 01
”이건 너답지 않아!!“
“도대체 나다운 게 뭔데?!!!”
예전 드라마에는 아주 흔한 클리셰로 이런 대사가 많았다. ‘도대체 나다운 게 뭔데?‘ 흔한 청춘 드라마 대사 같은 이 말이 실은 나의 최근의 고민이며 생각의 주제다. 정말로, 도대체! 나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너무도 쉽게 말하지만, 찾다 보니 생각보다 굉장히 심오한 말인 ‘나’라는 주제를 찾아 몇 편의 글을 써보려고 한다.
몇 년 전의 일이었다. 나는 그 당시 번아웃이 왔다. 그때의 내 사고 흐름을 써본다면 대략 이렇다.
- 나는 더 이상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이미 너무 지쳤다. 이런 게 삶이라면 나는 할 만큼 했다. 더 미련이 없다.
- 무엇이 힘들지? 왜 지쳤지?
- 너무 열심히 살아왔다. 그런데 내 손에 잡힌 게 하나도 없다. 무엇인가 잡으려 할수록 모래알처럼 빠져나간다.
- 왜 열심히 살았지?
- 모르겠다. 그냥 자리 잡고 싶었다.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다니고 남들처럼 살고 싶었다. 실패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못한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서 능력을 키우려고 노력했다. 다음 회사는 항상 더 좋은 회사를 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경력이란 상승만 있지 하향은 없는 거라고 생각했다.
- 그걸 누가 시켰지? 네가 원해서 한 건가?
- 그러게.. 누가 나한테 이렇게 살라고 등 떠밀었지?
내가 이 사회에서 잘 자리 잡아서 잘 보이고 싶은 대상이란 게 있었나? 누구한테 싫은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던 거지? 눈치 봐야 할 대상도 없다면 나는 누구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살았지? 나는 무엇을 위해 달려가고 있지? 그때 나는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을 내 생각대로 살고 있지 않다.
내 생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내 생각이 맞나? 사회와 교육, 문화가 무의식 중에 주입한 건 아닌가? 왜 나는 대학에 실패한 것이 아직까지도 무의식 저 밑바닥의 콤플렉스로 남아야만 하지? 왜 내가 결혼을 제 때에 하지 않는 것을 잘못된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이런 생각들을 하며 나는 직관적으로 나한테 무엇인가 잔뜩 끼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욕망과 타인의 욕망이 구별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사회와 타인, 친구, 지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구분이 되지 않는다. 특히 부모의 욕망과 그들의 가치관과 나의 가치관이 뒤섞여 있다. 이것이 그때 내가 직관적으로 ‘본’ 나의 상태다.
“나는 누구인가”
고등학교 철학 책에서나 봤던 이 질문을 나에게 던질 차례였다. 나는 진실로 누구인가? 내 생각이 나인가? 내가 느끼는 감정이 나인가? 내 기억이 나인가?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정체성’이라는 것이 나인가?
별 헛소리 같은 소리 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지금부터 이 질문을 던질 것이다. 이것은 나답게 살기 위한 여정의 질문들이다. 나는 나만이 가진 독특한 기질과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것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이 무엇이던 한번 해체하는 여정을 떠나보려고 한다. 나에게도 이 여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중간 점검을 해보자면,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바꿔질 필요가 없다.
진흙탕 물처럼 번잡하게 나를 둘러싼 먼지 같던 잡생각이 가라앉고,
모든 합리화의 탈을 벗고 진실과 마주하기만 하면 된다.
그때 그 자리에서 기다리던 진짜 자신을 발견하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