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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정윤 May 02. 2023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에세이인지 책 리뷰인지 모를 이야기

복잡 다난한 관계를 회피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오카다 다카시 저)>라는 책을 생각한다. 그 달에 읽은 책은 그 달의 주제를 형성하기 마련이다. 지난 달 나의 세계는 이 책과 함께였다.


최근 지인의 소개로 읽게 된 책인데 4월 한 달간 애착과 관계에 대해 숙고하는 계기가 됐다. 이 책은 회피형 인간, 회피형 애착 성향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정신의학과 뇌과학 분야의 전문가로 이 책은 7년간 심리 분야 스테디셀러였다고 한다.




회피형 인간과 회피형 애착 성향


회피형 인간의 특징은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는 것을 싫어하고,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한다. 책임과 속박을 싫어하기에 자녀를 갖거나 결혼을 하는 것에도 소극적이다. 반면에 상처받는 일에 민감하고 실패를 두려워한다.


회피형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거리를 둘 뿐만 아니라, 실패할 것 같은 일, 상처받을 만한 일을 최대한 피해 가려고 애쓰기 때문에 인생이 위축되기 쉽다. 이런 성향은 특정한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인간관계가 활발하다거나 자신만만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도 나타난다고 한다. 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 ‘회피형 애착 성향’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피형 애착 성향은 불안정 애착 성향 중 하나로, 영유아기 때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성립되는데 원인에는 아래 두 가지를 거론한다.


1. 방치: 아이가 부모에게 보살핌과 관심을 요구해도 무시당하거나 배반당하는 상황이 반복될 때 아이는 더 이상 기대하지 않고 상처 입지 않기 위해 관계를 ‘회피’한다. 부모로부터의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2. 과도한 관심: 과보호나 과도한 지배도 원인이 된다. 너무 엄격한 부모나 과도하게 지배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애착이 불안정해기 쉬우며 회피형 애착 성향을 갖기 쉽다고 한다. 이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은 부모의 의사를 가장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관심의 양은 지나치게 충분하지만, 공감을 바탕으로 한 반응이 아닌 부모가 정해 놓은 규칙과 기준에 따른 일방적 관심을 표명하기 때문에 아이의 의사나 욕구, 감정은 무시당하는 ‘감정의 방치’가 이루어진다.


이렇게 보면 얼마나 반응과 공감이 중요한지를 알게 된다. 안정형 애착 성향을 가지려면 첫째 환경이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어야 하며, 두 번째로 응답성과 공감성을 가진 대상이 존재해야 한다고 한다. 뭔가를 요구하면 그것에 반응해 주는 응답성과, 상대의 입장에서 기분을 존중해 주는 공감성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영유아기 때 설사 불안정한 애착 성향이 자리 잡았다 하더라도 성인이 된 후에도 치유는 가능하다. 이 책에서도 다양한 방법을 알려준다. 상처와 두려움에 대해 인지하는 것(알아차리는 것)이 우선이며, 안전기지의 역할을 하는 타인을 통해서도 치유가 가능하다. 안전한 느낌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는 불안정 애착 성향을 치유하는데 기여한다. 또한 마음 챙김의 방식도 추천한다. 판단평가 없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느끼는 방법도 상당한 치유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정의 내리지 않은 알아차림과 있는 그대로를 봐 주는 것


개인적으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 대해 새롭게 알았다기보다는 명상을 통해 스스로의 상처와 접하면서 알아차린 것들을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전에 비해 타인과의 거리감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나는 상처 앞에서 겁쟁이다.


관계에서 조금의 불편함이 있어도 나는 그 관계를 다시 되돌리는 것이 여전히 두렵다. 그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상대에게서 나올 거절의 말이 두려운 것 같다.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며 조목조목 따지는 나의 잘못과 옳고 그름, 타인의 실망감을 마주하는 것이 두렵다. 그게 내 잘못이 되었든 타인의 잘못이 되었든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질책하는 눈빛과 원망하는 눈동자, 판단평가를 쏟아내는 입이 나에게는 두려움을 준다.


이 책을 통해 회피형 인간 유형에 대해 잘 알았지만 심리학 서적은 약간의 부작용이 있다. 스스로가 회피형 인간, 회피성 애착장애가 아닐까 끊임없이 의심하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라벨’ 하나를 딱 붙이는 것이다. 너는 불안정한 애착 성향이 있는 문제아라고.


4월 한 달 이상하게 무거운 마음을 달고 살았다. 여러 가지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중에 이 책이 준 영향도 있었던 것 같다. 오늘 6km를 뛰고 집에 와 요가를 한 후 조용히 앉아서 생각했다.


진실은 내가 회피형 인간인가? 아닌가?가 아니다. 나에게 그런 성향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나는 아니다. 그것이 내 전부는 아니다. 이 깨달음이 나에게 큰 위로를 줬다. 마음 챙김 명상을 왜 저자가 치유의 한 방법으로 넣었는지 알 것 같다. 어떤 관계에서 회피하고 싶더라도 옳고 그름과 판단 평가는 잠시 내려두고 그러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를 알아차리는 것, 그 자체로 치유의 힘이 있다. 나와 당신 자신은 당신이 가진 어떤 성향의 이상이다. 마음의 자리를 넓혀 때로 어떤 것에 순수하게 기뻐하는 자신도 있고, 때로 작은 친절에 미소 짓는 자신도 있고, 때로는 두려움에 도망가는 자신, 책임이 버거운 자신도 있음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릴 때 균형 있는 시각이 돌아온다.


나는 오늘 의도 하나를 더 세워본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중얼거려본다. 비록 지금은 겁 많은 겁쟁이에 불과하지만 나의 마음은 그것보다 넓고 따뜻하다. 거침없고 두려움 없이 마음을 열어가는 삶을 살아가겠노라 다짐해 본다. 나는 용서를 향해 간다. 나는 열림과 다정함을 향해 간다. 그것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종국에는.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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