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여정(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 02
나를 찾아가는 여정의 가장 첫 질문은 이거다.
“나는 바뀔 수 없는 어떤 실체인가? “
불교에 무아(無我)라는 개념이 있다. ‘나라는 것은 없다 ‘라는 이 무아라는 개념은 많은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불교를 허무주의로 이해하는 많은 사람들이 무아와 공을 덧없음 혹은 아무것도 없다는 해석을 단편적으로 써버린다. 불교에서 무아라는 개념은 ’ 나라고 할 수 있는 고정불변의 독립된 실체’가 없다는 의미다. 물론, 그렇게 책에서 읽었다. 그래도 사실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내 경험을 들어 설명하자면 어렸을 때 나는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가진 성격, 성향 등 모든 것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입을 모아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했고, 그렇게 태어난 걸 어쩌겠냐고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우울했다. 그때에 나는 스스로 싫어하는 모습이 너무 많았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부끄러움이 많았고, 감정은 예민해서 우울함을 잘 느끼는 데다 자책까지 많았다. 이런 모든 게 가지고 태어나 바뀌지 않는 거라면 나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런 생각을 할수록 답답하고 더 우울했다.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 (아닐 아난타스와미 저)
이때 읽은 책이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이다. 이 책은 뇌과학으로 자아의 세계를 탐구한다. 한 10년 전에 읽은 책인 것 같은데, 그때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여기서 소개하려고 한다. (사실 이 책을 다시 읽고 꼼꼼한 리뷰로 글을 쓰고 싶었는데 못했다. 직장인이란..ㅠ 한정된 시간에 다 읽으려면 3주는 더 걸릴 것 같아서 대략적인 내용만 소개하려고 한다. 궁금하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내가 없다, 내가 아니다’라고 느끼는 병증을 여기서는 다룬다. 아주 기발한 발상이다. 자아란 무엇인가를 정의하기 전에, 사람들은 어떨 때 내가 아니라고 느끼는지, 그런 병증은 왜 자신을 보고 자신이 아니라고 느끼는지부터 파고든다.
이 책에서는 코타르 망상, 알츠하이머부터 신체통합정체성장애까지 다양한 사례를 아주 쉽게 설명한다. 코타르 망상은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망상이다. 어떤 환자는 자신은 분명히 살아있고, 자신이 여기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뇌를 비롯한 신체의 일부가 죽었다고 느낀다. 이 증후군은 외부적 자극을 경험할 때 몸과 감정에 대해 내 것이라고 하는 명확한 인식이 부족하고, 이로 인해 신체가 죽었다고 느끼는 것이다. 알츠하이머 병에서는 기억을 통해 자아감을 어떻게 구성하는지를 말한다. 기억을 잃어버리게 되면 사람들은 자신을 잃어간다고 느낀다. 자아는 기억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신체통합정체성장애는 신체 중 일부, 팔이나 다리 등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느껴 절단하는 충동을 느끼는 장애다. 이런 장애를 통해 뇌가 몸이라는 느낌, 신체적 자아에 대해 어떻게 구축하는지를 볼 수 있다. 이인증도 나오는데, 이인증은 자아에게서 정서적 기반을 빼앗아 자기 자신을 낯설게 느끼는 장애다. 이인증은 감정과 정서가 자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일련의 사례를 통해 자아라는 것이 감정, 정서, 신체, 기억 등 다양한 조건들을 모아놓은 복합체로 보이지 않는가? 나라는 것은 고정불변의 실체가 아니고 다양한 조건들을 가지고 뇌와 마음, 몸이 느끼는 어떤 것이라는 이야기다. 어떤 조건은 아주 강력할 수도 있고, 어떤 조건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결국 인간의 자아라는 것도 무상한 자연의 원리 안에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사람은 고쳐쓸 수 없다고요? 신경가소성은 다르게 말합니다.
예전만 해도 뇌는 한번 성장하면 바뀌지 않을 것처럼 말하는 때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뇌과학자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뇌는 다양한 요소에 의해 전기 활동, 화학적 구성까지 변화시킨다. ’ 신경가소성‘은 우리의 뇌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며, 당신의 성향과 성격도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은 마음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뇌도 변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주의를 집중하거나 의도적으로 생각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거나 분명한 목적을 품고 감정을 평온하게 가라앉히는 모든 일이 뇌를 바꾼다. 이것이 바로 신경가소성 neuroplasticity의 정수다. 마음을 사용하는 방식을 포함해 사람이 하는 모든 경험은 실제로 뇌의 활동을 변화시키고 평생에 걸쳐 뇌를 리모델링한다는 것이 바로 신경가소성이 의미하는 바다. - <우울할 땐 뇌 과학>, 앨릭스 코브
생활이 긍정적으로 변하면 신경도 따라서 긍정적으로 변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더불어 뇌의 전기 활동과 화학적 구성, 심지어 새 뉴런을 만드는 능력까지 달라진다. 이렇게 뇌가 변하면 뇌 회로가 다시 조율되어 또 다른 긍정적 삶의 변화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운동을 하면 수면 시 뇌의 전기 활동에 변화가 일어나고, 이는 다시 불안을 줄이고 기분을 향상시켜 운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더 많이 만들어낸다. 이와 유사하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면 세로토닌이 생성되어 이것이 다시 기분을 좋게 하고 나쁜 습관을 떨치게 도와주어 고마워할 일이 더 많이 생긴다. 어떤 작은 변화라도 뇌가 상승나선의 시동을 거는 데 필요한 바로 그 힘이 될 수 있다. - <우울할 땐 뇌 과학>, 앨릭스 코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