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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윤 May 09. 2023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작가의 서랍 대방출 글들 - 19년의 글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오늘 홀로 앉아서 하고 싶은 일 30가지를 써봤다. 10개까지는 쉽게 써지던 것들이 10개가 넘어가니 더 이상 쓸 말이 없었다.


혼자 카페에서 고민 고민을 하다가 더 이상 생각나는 것이 없어서 집으로 향하면서 신해철 노래를 중얼거렸다.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노래를 불러 보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혹시 잘못 생각했던 건 아닌지 고민해 봤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건
어쩌면 삶의 방식이 아닐지


예전에는 내가 원하는 것이란 무언가를 해서 무엇이 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림을 그려서 화가가 되거나, 정말 하고 싶은 공부를 해서 학자가 되거나, 음악을 해서 음악가가 되거나,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되거나.


그런데 정말 원했던 것은 삶의 방식이 아니었을지 자문해 봤다.


사장님들과 임원이 이 글을 본다면 통탄할 일이겠지만,일에서 삶의 의미를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누군가는 의미를 찾고, 그 의미를 바탕으로 성공을 할 거다. 하지만 ‘누구나’ 의미를 찾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세상에는 스티브 잡스보다 만년 과장 김 과장이 더 친근한 건 그런 이유가 아닐까. 누구나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없고, 그것이 모든 사람의 인생 방향이 될 수도 없다.


CEO가 되고, 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인기를 얻고, 돈을 잘 버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것이지만 TV에서 누군가 했던 말처럼 어떤 CEO가 될지는 묻지 않는다.


노력은 나에게 있고 결과는 신에게 달린 것이라면,

결국 ‘된다’는 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성공한 CEO가 되고 대스타가 되는데 모두 본인만의 능력으로 된 건 아닐 거다. 마침내 노력과 시기가 따라줬고, 적절한 기회가 오는 운이 맞았을 거고, 이를 도와줄 수 있는 좋은 동료들이 마침 나타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작용이 그 사람의 성공을 이끌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람이 결국 성공한 CEO가 되었지만

어떻게 살아가는 CEO가 되어야 할지는 모른다면

‘진짜로 원하는 건 뭔지’ 모르는 게 아닐까.


진짜 원하는 건 ‘어떤’에 있는 삶의 방식이 아닐지.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부장이 되고 싶다던지, 맑은 차향이 나는 깊이 있는 과장이 되고 싶다던지,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CEO가 되고 싶다던지, 모두 이룬 후에 다시 되돌려 줄 수 있는 억만장자가 되고 싶다던지, 열등감 없이 일을 즐길 수 있는 차트 2위를 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던지.


이런 삶의 방식이 붙지 않는 다면 우리는 항상 무엇이 되기만 해야 한다. 자신을 배반하는 세상의 논리가 끊임없이 방해할 때도 ‘되어야 한다’는 것만 바라본다.


하지만, 누구나 늙으면 일을 놓아야 할 때가 온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승승장구하던 임원도 90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이 없고, 공무원은 60세가 되면 은퇴를 해야 하고, 문화와 예술은 트렌드가 너무 빨라 조금만 지나도 올드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차트에 더 이상 오르지 않는 가수에게는 맑은 차향이 나는 삶의 방식이 남아있고 은퇴를 하는 CEO는 더 본격적으로 자연을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있고 세상의 모든 부를 쌓을 것 같았던 억만장자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일을 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성공한 누군가가 되지 못한다.

나도 성공한 누군가가 되기에는, 1등이 되기에는 늦었다는 걸 안다.


그렇다면 그냥 나로서 살면서 어떤 누구가 될 건지 고민할 때인 것 같다. 어떤 백수로 이 시기를 보내다 다시 어떤 직장인이 될 것 인지.


나의 삶의 방식이 직장과 녹아들 수 있는지 없는지.

없다면 아마도 용기를 내야 할 테다.


그렇지 않으면 영영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모르고 살 테니까.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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