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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윤 Aug 07. 2023

토끼해가 절반 이상이 지났네요.

새까맣게 타버린 팔을 보는 즐거움

편안하고 즐거운 도전을 도전합니다.


새까맣게 탔다. 참 뜬금없지만 새까맣게 타버린 팔을 보면서 올해를 생각한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도 즐거웠다.


올해를 시작하면서 내가 세운 의도는 '편안하고 즐거운 도전'이었다. 살면서 나에게 노력은 고통을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행위였다.


언제인가부터 이 명제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편안하고 즐거운 도전이란 되지 않는 것인가? 노력에 고통이 필연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공부를 할 때도, 일을 할 때도 이를 악물고 애를 쓰는 순간은 꼭 있었다.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고통 없는 성장은 없다고. 모든 성공에 고통과 아픔은 필수적이라고.


그래서 노력을 할 때 힘들지 않으면 노력을 덜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힘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에도, 아픔이 크기에 성공도 클 것이라 생각하며 자위했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맞을까?



내가 삶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로
삶도 나를 대합니다.


작년 호랑이 해에는 이제 내 인생의 1막이 끝나고 2막이 시작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요가 티칭과정을 하고, 명상 심화과정을 본격적으로 배우며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과 편견을 하나씩 해체해 갔다. 그 과정에서 나를 옭아매던, 상처란 이름의 쇠사슬이 하나씩 벗겨지는 경험을 했다.


무슨 일을 겪었는지 상처가 내뱉는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았다. 진정한 문제는 내가 삶을 어떤 관점과 태도로 살고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눈을 뜨고 있지만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눈에 색안경을 끼고 산다는 구태의연한 말이 가진 함의를 가슴과 몸으로 느끼고 배웠다. 사람은 보고자 하는 방식과 관점으로만 세상을 보고, 삶을 이해하며 산다.


진정한 자유는 그곳에서 한 발짝 물러났을 때에야 나에게 도래했다. 삶은 내가 대하는 방식 그대로 나를 대한다.


그래서 올해 나는 모든 걸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도전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도 없다. 이제까지 고집스럽게 쥐고 있던 삶의 관점에서 한 발짝 물러나 보는 것, 어린아이가 세상을 처음 경험하듯이 호기심을 가지고 삶을 대하고 실험해 보는 것. 이것이 토끼해를 사는 나의 의도였다.


그래서 2023년, 절반 이상이 지난 시점에서 내 한 해는 이랬다.


1-2월에는 생애 첫 스키를 타봤다. 3월부터는 글을 밥을 먹듯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인 양 쓰기 시작했고 살면서 이렇게까지 내 내면을 드러내놓고 살아본 적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진솔하고 솔직하게 글을 썼다.


5월에는 사람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사람을 만나고, 내가 가진 사랑의 한계와 마음의 한계를 실험해보고 있다. 진솔하게 마음을 어떻게 주고받는지, 사랑과 사람에 대한 나의 습관과 고정관념이 무엇인지 나에 대해 다시 배우고 있다. 또 올해 여름에는 항상 물이 무서워서 해보지 못한 수영을 시작했다.   



나와 다투지 않는 자유와 평화


그래서 올해는 어떻냐고? 더할 나위 없다.


더 확신을 가지고, 여유와 함께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내 삶의 큰 의도를 세웠고 그 방향으로 나는 정확한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그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삶의 신비, 우주의 신비로 남겨두었다.


부질없는 통제를 매일 같이 내려놓고 호기심의 색안경을 끼운다. 나는 모른다. 나는 삶에 대해서도, 진정한 나에 대해서도, 오늘과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마음도, 예측하려고 하는 마음도 내려 놓고, 일어나는 모든 경험들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지켜본다. 영혼이 하는 소리를 듣고 날마다 가슴 중앙에 머무르려고 한다.


도전에 두려움은 멀어지고 고요한 확신이 나와 함께 머문다. 내가 세운 의도는 반드시, 분명히 그렇게 되게 되어 있다. 그러니 내가 할 일은 현재를 사는 것. 그뿐이라고.


그래서 즐겁다. 현재에 머물수록 즐겁고, 나 자신을 속이지 않을수록 행복하다. 나는 내 가슴이 하는 말을 듣고, 흐름에 몸을 맡긴다. 하루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실패가 아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음은 실패가 아니다.


흐름을 주시하고 현재에 일어나는 경험에 집중한다. 때로 일어나는 부정적인 마음에 말을 걸고, 가지고 있던 편견을 알아차리고 내가 가지고 있던 성향과 습관을 다시 배운다.


나와 싸울 필요도 없고 나를 거부할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제자리로 돌아간다. 즐겁고 편안한 도전으로 성장한다. 삶은 전쟁터가 아님을 깨닫고 매일의 감사함으로 돌아온다.


토끼해의 나는 인생 제2막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맞다. 비록 삶의 극적인 변화는 없을지라도, 그저 하루의 일상을 묵묵히 살 뿐일지라도, 마음은 확신한다. 내 도전은 시작되었다. 삶은 의도한 분명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가슴은 그것을 그냥 안다.


2023년 8월, 흐름에 맡기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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