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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윤 Aug 10. 2023

긴 글을 쓰는 것에 대하여

마음씀의 선택과 집중의 문제

간혹 글이 너무 길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짧게 썼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들어오는 것이다.


이런 말을 들을 때는 한동안 그 이야기에 신경을 쓴다. 아무래도 글이 길어서 읽기 쉽지 않다는 말을 그냥 무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이런 생각에 대한 생각은 접어버린다. 그 이유는 이렇다. 또 길어질 것 같으니 조금만 인내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수영을 시작할 때였다. 수영장 벽을 잡고 음파만 연습할 때 갑자기 모든 게 어색해지는 순간이 왔다. 모두들 레일을 따라 도는데 혼자 서 있는 모습을 불현듯 자각했다. 나 혼자 동떨어져 있는 기분을 느꼈다. 그러자 조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다들 잘하는데 나만 못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마음이.


어른이란 이런 것이 좋다. 이런 익숙한 패턴은 이미 경험해 봤다. 생각의 패턴을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과 물의 감각에만 집중했다. 모두들 어설픈 시절은 있는 법이다. 그렇게 위안하면서.


물을 어떻게 느끼는지, 물 안에서 호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익숙해지는 것에만 집중하자 어색했던 모든 감각은 잠잠해졌다.


나는 위대한 예술가가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할지를 매일 같이 고민한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봉준호 감독마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물론 나를 그런 예술가에 빗대어하는 말은 아니다. 다만 이런 것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시대의 흐름은 중요하겠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다른데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위대한 가수는 무대에서 음악과 가사,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주는 느낌과 감정에 집중한다. 그는 무대에 홀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느끼며 이내 수천, 수백만의 관객은 사라지고 자신과 자신의 내면만이 살아 모든 것을 표현해 낸다.


모두 다 아는 미켈란젤로는 조각이 이미 돌 안에 있어서 자신이 깎아내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저는 말이죠,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열광하는지 압니다. 그걸 알아내기 위해 매일 같이 연구했죠. 그래서 그런 것들을 표현하고 있어요. 이런 노력 끝에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이렇게 말하지 않았다. 


결론은 남을 의식하는 마음으로 무엇을 하는 것은 어떤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무엇을 신경 쓰고 살 것인가? 하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무엇을 신경 쓰고 살 것인가 하는 물음은 인생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물음과 같다. 답은 한 번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자신에 대한 탐구와 삶에 대한 탐구가 절실히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살지 알지 못한다면 나의 에너지는 분산될 것이다. 


처음에 글을 꾸준히 써봐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이 있었다. 나는 글을 쓰는 자로 살아갈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줄 때에 내 영혼은 전율했다. 영혼이 기뻐했다. 나의 영혼은 내가 무엇인가를 표현해 주기만을 기다린 것 같았다. 나는 그 무엇도 아니지만 이것 하나로 영혼이 기뻐한다면 나는 기꺼이 글을 쓰겠노라 다짐했다.


내가 신경 써야 할 것은 나의 깊은 내면이, 마음이, 삶이 무엇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지 살피는 일이다. 그것이 때로 긴 글로 나올 수도 있고 때로 한 단어로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글을 읽는 당신에게 양해를 구합니다.

조금 긴 글을 씁니다. 

하지만 마음의 목소리를 따라서 쓰고 있어요. ^^


2023년 8월, 마음씀의 선택과 집중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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